아침운동 백태
나이가 들어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운동이 좋다고 하기에 나도 걷기운동을 시작한 지가 10년쯤 되었다. 매일 동이 틀 무렵이면 집을 나서서 약 1시간 정도 겯는다. 요즘은 새벽에 운동 길에서 보면 나처럼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전문가의 설명으로는 걷기 운동도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걷기의 형태가 있다고 한다. 나야 그런 형태에 맞춰 걷기가 오히려 부질없고 쑥스럽기도 해서 보통 내 일상 걸음걸이 자세로 약간 속보로 걷는 것뿐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걷는 모습을 보면 백인 백태다. 학생 시절 교련 시간에 배웠던 제식 훈련식으로 팔과 다리를 높이 올리며 절도 있게 걷는 사람, 양팔을 앞뒤로 돌려 손뼉을 치며 걷는 사람, 양어깨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며 힘차게 걷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등 각기 자기 나름대로 특색 있는 자세로 걷는다. 이 정도는 걷기의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개발하거나 전문가로부터 지도를 받았거나 해서 하는 것이니 탓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좀 혐오스럽거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별난 사람들이 있다. 코가 달린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에다 썬 캡을 쓰고 큰 챙을 앞으로 꺾어 눈과 얼굴을 가린 사람을 본다. 이런 사람은 마주 오는 사람의 얼굴은 샅샅이 볼 것이거늘, 자신의 얼굴은 가렸으니 상대편으로 하여금 불쾌감과 혐오감을 동시에 준다. 또 다른 경우, 마주 보며 걸어오면서 근거리로 접근될 무렵이면 서로 알아서 적절히 보행 방향을 좀 바꾸면 될 것을 자기만 오는 방향으로 곧게 나가는 사람이다. 남을 위한 배려가 조금도 없으니 이 또한 불쾌감을 준다. 또 다른 경우, 담배를 피우며 걷는 사람이다. 새벽 맑은 공기 속에 피운 담배 연기는 유난히 냄새가 짙고 바람이 없어 쉬게 사라지지도 않아서 이 연기권을 벗어나는 동안 몹시 불쾌감을 준다. 또 다른 경우, 아침마다 운동 길에 자주 보는 사람이기에 인사라도 하려고 약간 고개를 낮추며 목례라도 보내면 번번히 굳은 얼굴로 외면하고 가는 사람이다. 원래 내성적인 성품이어서일까? 아니면 상대편을 무시해서일까? 이 역시 불쾌감을 주기는 매한가지다. 또 다른 경우, 특히 중·후반의 부녀자들이 5~6명이 나무 밑 벤치에 모여 앉아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아무리 흥이 난다 해도 고요한 새벽 운동 길에 나와 이렇게 함은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는 행위가 아닌가.
중국에 가면 이른 새벽 공원이나 유원지의 넓은 공지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 중국 특유의 기공체조를 하거나 남녀가 서로 마주 안고 사교춤을 추는 것을 본다.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 부녀자들이 아침운동 길에 나와 손뼉 치며 노래 부르고 막춤을 추는 것보다는 났지 않겠는가. 물론 아침운동 길에서의 이런 행태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하다 보면 전염병처럼 퍼질 수도 있는 일이다.
나만의 운동이 아닌 공유된 공간에서 다 같이 하는 운동인 만큼 서로 배려하는 명랑 분위기의 아침 운동이기를 오늘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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