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계절 따라 유행 따라-發

문석흥 2013. 11. 30. 05:51

계절 따라 유행 따라-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치 곤충이 탈바꿈하듯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계절 감각에 맞춰 바꿔가며 사는 묘미가 있다. 이에 비하면 일 년 내내 계절의 변화가 없는 열대나 한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보다 우리는 천복을 누리며 사는 게 아닌가 한다.
  우선 계절이 바뀌면 옷부터 바꿔 입어야 한다. 같은 계절 옷이라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형편 따라 사정 따라 갈아입는다. 늘 같은 옷만 입기보다는 갈아입으면 기분도 새로워지고 남 보기에도 좋아 보인다. 그러다가 또 새 계절로 바뀌면 입던 옷을 벗어 보관하고 새 계절 옷을 갈아입는 맛이 각별하다. 그런데 옷 갈아입기가 제일 어려운 때가 계절이 막 바뀌는 때다. 이때를 감안한다면 옷으로 봐서는 4계절이 아니라 8계절에 맞게 갖춰야 한다.
  요즘은 경제사정이 좋아지다 보니 옷의 종류도 계절 따라 다양한 종류가 나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취향에 맞는 옷을 사 입을 수 있다. 지난날 가난했던 시절엔 계절 따라 유행 따라 갈아입을 만큼 옷이 많지 않았다. 옷을 한 벌 사면 다 해져 기워서까지 입다가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되면 걸레로 쓰거나 넝마장수에게 팔았다. 이 시절에는 좋은 옷 나쁜 옷 가릴 것 없이 새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호사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풍요의 시대를 살다 보니 옷이 해져서 못 입는 게 아니라 멀쩡한 옷도 유행이 지나서 못 입는다. 따라서 계절 따라 유행 따라 옷을 가려 입다 보니 옷의 가지 수도 늘어만 간다. 그래도 어디 나설 때 막상 옷을 입으려면 마땅한 옷이 없어 고민하는 때도 있다.
  유행은 수명의 한계가 있어 수명을 다하면 새 유행에 밀려 천덕꾸러기가 된다. 나에게도 지금 유행에 밀려 옷장 속에서 애물단지로 기약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걸려 있는 옷이 꽤 있다. 사람의 눈이 참 간사하다. 한참 유행할 때는 그 옷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여기며 아끼던 옷인데도 유행이 지나 새로운 유행의 옷이 나오면 왜 그리 보기 싫고 촌스러워 보이는가.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깝고 죄스런 감도 든다. 누굴 주자니 요즘은 고맙게 받을 사람도 없거니와 오히려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염려도 있어 주기도 조심스럽다.
  사회 각 분야가 빠르게 변화 발전하다 보니 계절 따라 시대 따라 옷의 유행도 이젠 작년 다르고 올해가 다른 느낌이다. 그중에는 참신하고 활동적인 옷도 있지만, 보기에도 민망스런 꼴불견인 옷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유명 브랜드의 옷이라야 자타가 품격을 인정한다. 어쩔 수 없이 나에게도 이 시대의 유행하는 옷이 한두 벌씩 늘어 가기에, 내 몸을 감싸 주고 빛내 주던 지난날의 멋쟁이 옷들도 아쉽지만 이젠 내 곁을 하나 둘 떠내 보내고 있다.
  6·25 전쟁 때 우방국에서 보내온 구호 의류를 얻어 입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요즘은 골목길 어구에 서 있는 의류 함 속에 안 입는 옷가지들을 넣는다. 그 옷이 후진국 난민들에게 전해져 반겨줄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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