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주류(酒類)의 공헌

문석흥 2013. 11. 30. 05:48

주류(酒類)의 공헌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 셋이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셋이 다 꼬리곰탕을 주문했다. 곰탕 중에서도 꼬리곰탕은 값도 좀 비쌀뿐더러 알아주는 곰탕으로서 탕 속에 든 토막 난 꼬리 고기의 맛이 일품이다. 먼저 탕 속에 있는 꼬리뼈를 다른 그릇에 건져 내어 고기를 뜯어 먹고, 밥은 그다음에 탕에 말아 먹는 게 순서이다. 이때에 딱 생각나는 게 있는데 두 친구의 입장 때문에 여의치가 않았다. 한 친구는 목사요, 또 한 친구는 장로였다. 식사가 시작되자 장로 친구가 목사 친구를 향해 “목사님, 기도하시지요!”라고 하니 목사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기도를 시작했다. 떠들썩하게 식사하고 있던 바로 옆 상의 손님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봐하니 그들은 기독교인들은 아닌 것 같았으나 우리가 기도하는 것을 보고 예의를 베푼 모양이다.
  이렇게 우리 셋이 기독교인임을 공개했는데 내가 어찌 딱 생각나는 소주를 청할 수 있으랴. 두 친구도 내 마음을 헤아려, “자네 소주 한 병 청해서 마셔!”라는 말 한마디가 없었다. 야속한 마음을 새기느라 술 대신 뜨거운 곰탕 국물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마셨다.
  요즘은 외식도 많이 하고 또 이런저런 모임도 많이 갖다 보니 자연 식당 회식을 하는 기회가 많다. 여기에 약에 감초처럼 꼭 등장하는 게 술이다.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대부분 소주를 택한다. ‘술 권하는 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히 소주는 근래에 와서는 계층 가릴 것 없이 널리 애용되는 술로서 국민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보다 도수도 낮아지고 순해져서 더 많이 마시는 원인 된 것 같다.
  겉보기에는 술 애호가가 많은 것 같지만, 막상 회식석상에서 보면 술을 마시는 사람과 못 마시는 사람이 각기 반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자리를 앉다 보면 스스로 알아서 주류, 비주류가 자연스레 갈라서 앉게 된다. 여기서 주류(酒類)란, 술 마실 줄 아는 파이고 비주류(非酒類)란, 술을 못 마시는 파를 말하는 신조어이다. 이때 비주류는 술 대신 음료로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는데 콜라를 양주라 하고 사이다를 보드카라고 한다. 음료의 색깔로서 그럴 듯하게 비유한 익살스런 표현이다.
  그러나 이 주류들의 음주운전이 문제가 되어 단속이 심해지다 보니 유흥가의 큰 술집이나 뒷골목의 작은 술집들이 매상이 오르지 않아 울상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을 해결해 준 것이 대리운전이다. 대리운전은 주류들의 음주운전 때문에 생겨난 신종 직종이다. 그러다 보니 술집과 주류와 대리운전은 서로 공생관계가 된 셈이다. 이는 주류의 공헌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도 대리운전이 있는지는 몰라도 대리운전이라는 직종이 생길 정도로 주류가 늘어난다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꾸준한 홍보와 시책을 통해서 흡연자는 많이 줄었고 또 점점 줄어 가는 추세이거늘, 주류들을 줄여가려는 홍보나 시책은 미미한 것 같다. 드라마나 광고에서는 여전히 음주 장면과 술 선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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