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과 끈으로 마감한 두 인생
50대 부인이 조카사위를 시켜 그의 친구 네 명과 함께 남편을 납치해 오게 한 후 청테이프로 손발을 묶은 채 혼자서 삽과 골프채로 쳐서 살해하고 자신도 목을 매서 죽은 끔찍한 사건이 TV 화면과 신문 각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이 고장 평택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더욱 충격을 받는다. 사건이 보도되자 외지에 사는 지인들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평택에 살고 있으니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말이 평택이지 나와 한동네 이웃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알고 지내는 집도 아니니 신문이나 TV 보도 내용 이상 더 알려줄 게 없었다.
아직까지 신문 보도 내용이외에 자세한 살해 동기도 모를뿐더러 조카사위가 고모로부터 500만 원을 받고 고모부를 친구들과 합세하여 납치해 온 것도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또한, 남편의 폭행이 심해서 저질렀다는 대목에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게다가 300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의혹이 간다. “이렇게까지는 하려고 하지 않았다.”라는 유서도 남기고 바로 목을 맨 것을 보면 재산과는 무관한 것도 같고….
어쨌든 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의 살해 사건을 보면 남자가 여자를 살해한 쪽이 대부분인데 이젠 여자가 남자를, 그것도 아내가 남편을 직접 살해하는 사건도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 심정이야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감히 삼자가 알 길이 없겠으나 자녀를 낳고 수십 년을 부부로서 함께 살아온 배우자인데 살해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이혼함으로써 해결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부부 사이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존속 살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남남 사이에 일어난 살인에 비할 수 없는 존속 살인이나 다를 바 없는 감정을 갖게 한다. 대개 이런 살인은 정신질환은 가진 자식이 부모를,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정신 질환자로 남편 또는 아내를 살해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제 정신으로 부모를, 배우자를 살해하겠는가?
요즘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존속살해에 대한 엄중한 처벌 조항을 없앤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존속살해죄는 일반살인죄보다 형량이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조항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 어긋나며 또 직계 비속이라는 신분 때문에 다른 살인 범죄자보다 형량을 높게 처벌한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법 논리로야 그렇다 하지만, 존속살해나 배우자 살해가 남남 간의 살해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혈족을 중요시하는 우리 한국사람 중에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는 부모에게 불효를 한다든지 더구나 부모에게 폭행이나 살해를 한 행동에 대해서는 패륜 행위라 한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의 그 혈연은 천륜이라 했고 부부간의 인연을 인륜이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 윤리관은 이 민족의 가슴 속에 깊이 뿌리 내려져 있다.
존속살해이건 그렇지 않은 살해건 사람이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라도 있어서는 안 되고 용서가 될 수도 없다. 엄벌에 처할 것은 물론, 존속살해나 배우자의 살해를 일반 살해와 동등하게 처벌한다는 데 대해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차등 처벌을 해 오던 것을 그 차등이 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만으로 없앤다면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라는 것인가? 인권은 마땅히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존중되어야 해야겠지만, 윤리적 바탕 위에서 평등해야 하지 않겠는가?
삽과 끈으로 마감한 50대의 두 인생, 저승에 가서는 서로 용서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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