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촛불 든 거리의 상아탑

문석흥 2013. 11. 30. 10:04

촛불 든 거리의 상아탑

  대학을 상아탑이라고도 한다. 이는 세속에서 벗어나 학문만을 연구하는 곳의 상징이다. 본래 상아탑의 유래는 프랑스의 비평가 ‘생트 뵈르’가 낭만파 시인 ‘드 비니’의 예술지향 주의를 비평하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상아탑 하면 학문과 대학 그리고 대학생으로 감을 잡는다.
  이렇듯 대학은 본래 학문의 연구요, 학자가 되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학은 출세와 취직이 목표다. 대학을 나와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관념이 부모들로부터 철저히 고정화되고 그 밑에서 자라나는 자녀들도 그렇게 주지되어 인생의 첫 관문이 대학인 것으로 어려서부터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 대학을 가기 위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준비태세에 돌입한다. 중학교에 가서부터는 가속이 붙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초고속으로 치닫는다. 이 학업의 욕구는 헌법에서도 규제가 없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이 도시와 지방 곳곳에 200여 개나 되고 전문대, 산업대 해서 총 300여 개가 넘는다 한다. 그러다 보니 매 학기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학생들을 어디서 다 수용하랴. 올 해도 취직 못 한 졸업생이 47%나 된다는 통계다.
  대학의 등록금은 꾸준히 올라서 드디어 1,000만 원 등록금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옛날부터 대학 등록금은 워낙 비싼 것이라고 인식되어서인지 그동안 비싼 것을 감수하면서 그러려니 하고 묵묵히 내왔었다. 등록금도 국립대와 사립대의 차가 있고 이공계, 실업계와 인문계, 예체능계, 의약계, 별로도 차가 심하다. 이렇게 비싼 등록금을 힘들게 내 오다 보니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을 하고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심지어는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대학 등록금은 어느 시대이고 쌌던 시대는 없었다. 한 때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시골에서 큰 재산인 소와 논을 팔아 대학 등록금을 냈다는 데서 나온 얘기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비싼 등록금을 냈어도 재학 중에는 군 입대도 보류가 되었고 졸업 후에는 전공에 관계없이도 졸업장만 있으면 취직은 잘 되였다. 그만큼 대학생의 희소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연일 등록금 반값인하를 요구하며 촛불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며 그들이 당면하고 있는 처지가 이해가 간다. 이는 정치권에서 먼저 등록금 반값 말을 꺼냈으니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대학의 등록금이 이토록 높은 데는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순전히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의존하는 운영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야 일정한 비율의 재단 전입금이 있게 되어 있지만, 그대로 실행하는 대학이 거의 없고 있어봐야 미미할 정도라 한다. 이런 데도 정부 보조금이 전국에 그 많은 대학에 지원되고 있으니 그것은 곧 세금이 아닌가. 이제 어떤 형식으로건 반값등록금이 실현된다면 나머지 반은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가? 때만 되면 표를 의식해서인가 말부터 앞세우는 무책임한 선심성 발표도 이젠 지양해야 한다.
  바라건대 정원도 못 채우는 부실대학부터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과 등록금과 국가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대학들에도 재단전입금이 투입되도록 자구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철저한 감사와 감독도 따라야 한다.
   하루 속히 대학생들이거리의 촛불을 거두고 학문의 촛불을 밝히는 상아탑으로 안심하고 되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칼 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달과 손각시  (0) 2013.11.30
엎드려뻗쳐’가 징계가 되어  (0) 2013.11.30
성차별 과민  (0) 2013.11.30
삽과 끈으로 마감한 두 인생  (0) 2013.11.30
일본은 아직도 우리를  (0) 201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