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과민
그동안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행신호등이 푸른색이냐 붉은색이냐 만 확인하고 건넜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최근 보행신호등이 남성의 모습만 있는 것이 남녀 성차별이라 해서 여성의 모습을 같이 넣자고 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서부터는 신호등에 나타난 사람의 형상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하긴 남성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제안이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 보류판정이 되었다 한다. 어찌 보면 지난날 남성 본위 시대의 한 유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옛날처럼 성차별 의식은 거의 없어졌고 오히려 여성 상위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아들 선호 사상도 없어졌고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만 낳고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풍토가 되었다. 초․ 종․ 고는 물론, 대학에도 아들 딸 차등 없이 진학시키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제한이 없다. 각종 공채에 여성의 합격률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지 않은가. 정계 학계 법조계 재계 등 각 계에서 여성들의 두각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모든 것이 다 남성 전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부정적인 면이지만, 요즘은 부인한테 매 맞는 남편, 살해당하는 남편도 심심찮게 알려진다. 주부들의 도박행위도 자주 적발되곤 한다. 시부모 학대하는 며느리도 생기고 가출 이혼율도 늘어가는 추세라 한다. 일부종사 여필종부 삼종지도 같은 옛날 도덕경 같은 여성 유리관은 폐기처분 된 지 오래다.
호적법도 바뀌어서 여성도 호주가 될 수 있고 자녀가 모계 성을 따를 수도 있고 양부의 성으로 바꿍 수도 있게 되었다. 상속도 아들 딸 구별 없이 다 같은 비율로 받는다. 군에 다녀온 남자들의 군 가산점제도도 없어졌고 한편 여성도 각 군 사관학교에 입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여성에 대한 성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기존에 차지하고 있는 남성들의 자리가 있어 아직은 여성이 자리를 덜 차지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기에 우스갯말로, 아들이 둘이면 길바닥에서 죽고, 아들이 하나면 골방에서 죽고, 딸이 둘이면 비행기 안에서 죽고, 딸이 하나면, 싱크대 앞에서 죽는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평등을 가장 잘 표현한 사례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나란히 써서 두 자의 성을 가진 인사들도 있다. 즉 아버지의 성 ‘김’과 어머니의 성 ‘이’를 다 써서 ‘김이OO'라고 자신의 성명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표시하는 것은 자기 임의일 뿐, 아직은 호적법상 정해진 바는 없다.
그러나 성차별에 대한 과민 반응인 면도 있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인가 어느 만화작가는 보행신호등에 여성 그림 외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 할머니 소년 소녀 장애인 심지어 강아지까지 함께 건너가는 모습의 패러디 만화를 그렸다. 보행신호등 그림이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떤가. 이는 차별의식에서가 아닌 단순한 보행 신호로 모든 사람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예민하다면, 남과 여를 나란히 써야 할 경우 남을 먼저 쓰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하긴 서양에는 ‘레이디 퍼스트’가 있으니 고려해 봄직한 일이다.
세상에는 하도 복잡하고 다양한 구성체로 되어 있으니 여기에는 반드시 질서가 있어야 한다. 이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순서가 있어야 하는 법, 아무리 평등이라 해도 다 일렬횡대도 서서 좁은 길을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나치게 평등만 따져서 왜 네가 먼저냐는 생각에 앞서 내가 차별을 당하지 않는 한 질서와 편이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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