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노인의 날’의 단상

문석흥 2013. 11. 30. 10:22

‘노인의 날’의 단상


  가는 줄 모르게 가는 게 세월이라더니, 유난히도 비도 많이 오고 더웠던 여름도 가고 어느새 가을의 중반인 10월을 맞는다. 10월의 첫 날은 ‘국군의 날’이고 그 다음 둘째 날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날이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니 나 자신이 노인이지만, 노인이고 싶은 마음은 아닌 게 솔직한 심정이다. 소리 없이 표적 없이 가는 세월 속에 내 인생 역시 나도 모르게 청장년의 세월이 가고 어느새 노인이 되었는가? 하는 새삼스런 느낌이 든다.
  법적으로 만 65세 이상부터 노인으로 분류되어 정부로부터 사회로부터 여러 가지로 혜택과 예우를 받지만, 처음에는 이런 혜택이나 예우를 받는 것도 어쩐지 내 것 같지 않고 내 몸에 안 맞는 옷 같아서 받아들이기가 거북스런 마음이기도 했다. 낯모르는 젊은이로부터 “할아버지, 어르신”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 그 젊은이에 대해 미운 감정이 솟구치기도 했다. 그러던 초기 노인 시절도 어느새 10여 년이 흘러간 지금이지만, 아직도 노인이고 싶은 마음이 아니니 망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쩌랴 노인은 노인인 것을…
  지난 시절,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 중 나보다 5년 내지 10년 연배의 분들을 보면 까마득하게 올려다보며 연민의 마음을 갖기도 했다. 한 편 나 자신은 한참 젊게 느끼며 나의 젊음은 늘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반대로 지금 나보다 5년 내지 10년 연하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지난 시절 내가 느꼈던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니 내 마음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젊음의 감정이 망상이구나 하는 자책감도 요즘 와서는 들기 시작한다.
  어쨌거나 늙음을 반갑게 맞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옛날 고시조에도 늙음을 탄식하는 ‘탄로가嘆老歌가 있었고 요즘 유행가에도 ’청춘을 돌려다오‘라는 게 있다. 다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문제다. 바라기는 오복(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누렸으면 하겠지만, 희망사항일 뿐, 소망대로 되는 일은 아니니 늙음의 두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마음으로나마 젊음을 붙잡고 매달리려하는 게 아니가 한다.
  늙음을 가을에 비유하기도 하고, 황혼에 비유하기도 한다. 가을의 화려한 단풍, 황혼의 붉은 노을, 모두 다 아름다움의 극치가 아닌가.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고 곧 사그라짐이 너무도 아쉽고 허무함이다. 여기서 화려했던 젊음의 세월을 뒤로하고 쓸쓸한 말로의 길을 가는 노인의 모습을 본다. 그래서인가 노인의 날을 가을이 깊어가는 10월로 잡았는가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하면 경노효친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 경로효친 사상을 앙양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노인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했다 한다. ‘노인의 날’은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라 1990년 유엔이 정한 ‘세계노인의 날’도 있다. ‘세계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인데 우리나라는 1997년 법정 기년일로 정할 때 10월 1일이 이미 ‘국군의 날’로 정해져 있기에 그 다음 날 10월 2일로 정해 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말로만 경로효친일 뿐, 노인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가 산업화 되면서 가족 구성도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되다보니 자연 노인들은 자식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4고4苦(빈곤貧困, 고독孤獨, 무위無爲, 질병疾病)에 시달리며 쓸쓸한 말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노인 인구는 점점 증가하여 현재 500만, 전인구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증가 추세이고 보니 젊은이와 국가에게 무거운 짐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도 꺼져 가는 경노효친 정신을 살리고자 ‘노인의 날’도 제정하고 노인복지를 위해 애쓰며 고민하는 국가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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