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나의 두 번 채 짝을 찾습니다.

문석흥 2013. 11. 30. 11:36

나의 두 번 채 짝을 찾습니다.


  kbs-1tv ‘아침마당’에 ‘나의 두 번째 짝을 찾습니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제목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인생 중․후반기에 든 외짝 된 동병상련의 남녀들이 남은 인생이나마 외롭지 않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 보고자 재혼을 위한 공개 맞선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처녀 총각들이 첫 번째 짝을 찾는 프로그램은 있었어도 인생 중․후반기의 홀로된 사람들이 두 번째 짝을 찾는 프로그램은 처음 있는 것 같다. 어찌 보면 흥미 유발을 위한 오락 프로그램인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솔직하면서도 진정성을 보여주는 면도 있다. 그래서인지 신청자 따라 자녀들이, 시누이가, 친구들이 적극 권장하여 함께 출연해서 소개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며 진정으로 재혼하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참 용기 있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은밀한 장소도 아니고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하는 아나운서, 촬영진, 방청인 그리고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지나온 개인사를 서슴없이 얘기하며 또 상대편에 굼굼한 점도 물으며 조금도 어색함 없이 맞선 행사를 치른다.  그리고 남성 후보자 한 사람을 상대로 여성 후보자 세 사람이  마치 선발시험 보듯 차례로 면접을 하며 그리고 3:1의 경쟁 속에 마음에 든 짝을 즉석에서 결정하여 나란히 한자리에 가 앉는다. 짝으로 선택 된 쪽이나 탈락 된 쪽이나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당해 보였다.
  옛날 같으면 남녀가 어디 남들이 보는 앞에서 내놓고 만나고 연애를 할 수 있었는가. 또 홀아비 과부의 재혼도 그리 쉬운 일이던가.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보였다 하면 당장에 침소봉대되어 정분이 났네, 바람이 났네 하여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마치 죄인 취급을 당하고 동네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또한 재학 중에 있는 학생들 같으면 풍기 문란으로 퇴학을 당해야 했다.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는 노래 중에, ‘앵두나무처녀’나 ‘갑돌이와 갑순이’ 같은 노래 속에서도 잘 들어 나고 있지 않은가.
   이 방송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온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지난 오랜 세월,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왔다. ‘남녀칠세부동석’이요, ‘일부종사’요, ‘칠거지악이요’ 해서 특히 여성의 입지를 많이 속박해 왔다. 그래서 옛날에는 수절과부가 많았다. 또 한 집안에 3대 과부가 산 집도 있었고  이를 칭송하여 나라에서 ‘열녀문’을 세워주어 가문 대대로 영광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표현을 자제하고 과묵하고 젊잖게 행동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왔다. 그러다 보니 성격도 개방적이고 외향적이기보다는 폐쇄적이고 내향적이 되었고 윗사람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게 백성 된 도리요,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게 되었다. 철저히 개인의 삶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굳게 닫혀 있던 이 땅의 그 폐쇄의 문도 활짝 열려 개방의 물결이 밀물처럼 밀려닥쳤다. 특히 6.25 전쟁이후 많은 고난을 겪는 속에서도 가난과 무지와 낡은 폐습에서 탈피하여 자유와 민주, 개혁 개방을 통해 오늘의 경제부흥을 이룩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었다. 63년 전 북의 기습 남침으로 폐허가 되었던 이 땅이 지금에 이 풍요로운 터전이 될 줄을 누가 알았던가.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자아를 찾고 자아의 삶을 사는 시대가 되었다. 이를 위해 삶 전반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짝을 찾아가며 살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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