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시력 1.2의 한계

문석흥 2013. 11. 30. 11:16

시력 1.2의 한계


  60년대 초반, 필자가 초년교사 시절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선진화 된 서양의 나라들은  환경오염이 심각하여 심지어는 식수도 사서 먹어야 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청정의 나라라고 자랑스럽게 가르친 기억이 난다. 하긴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업이 주산업이고 공업 분야의 산업은 미미했다. 그러다 보니 환경오염이 될 이가 없었다. 농작물에 시비하는 비료도 화학비료의 자체생산을 못했고 퇴비나 재, 인분이나 가축 분뇨 같은 천연 비료에 의존하고 농약도 없었던 때였다.
  좀 역설적이긴 하지만,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청정의 나라였다는 게 자랑스럽지만은 아닌 것이다. 그만큼 나라의 산업 발달이 안 되었고 따라서 생산이 다양하지도, 풍족하지도 못할뿐더러 수출은커녕 국내 소비 물자도 부족해서 남의 나라 원조를 받고 사는 실정이었으니 말이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산업이 발달하여 생산과 공급이 활발히 일어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반면, 부수로 발생하는 각종 산업 폐기물, 유해물질 등에 의해 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도 지금은 농업국가에서 현대 산업국가로 발전하여 외국과의 교역량이 세계 10위권에 든 경제 부국이 되지 않았는가. 따라서 지금은 환경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우리의 건강에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요즘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패트병에 세균이 많다고 하여 한 번 사용했던 패트병을 겉보기에 깨끗하다고 하여 재사용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다. 하긴 요즘에 와서는 심산유곡에서 나오는 천연의 생수를 빼고는 도시고 농촌이고 거의 다 상수도 물을 먹고 있지 않은가. 한 30~4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지역을 빼고는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퍼서 먹기도 하고 10m 깊이 정도에서 자연 수압으로 나오는 펌푸물을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지하수는 오염이 되어 먹을 수 없는 물이 되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논 뚝 밑에 있는 웅덩이 물을 동이로 길어다가 항아리에 부어 두고 그 물로 밥도 짓고 식수로 마시기도 했다. 그 웅덩이에는 개구리, 방개, 이끼 등 여러 작은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도 그 물을 마시고 아무도 탈난 사람이 없었다. 웬만큼 쉰밥이나 상한 고기도 물에 씻어서 먹곤 했다. 군에 입대하여 한 여름에 훈련 중에 갈증이 심하면 누런 흙탕물을 수통에 담아 손수건으로 수통 입구에 펴서 대고 걸러 가며 마셨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 전투경험이 많은 부대가 전투력이 강해져서 적과의 전투에서 승전하는 것처럼, 너무 위생만 따지고 지나치게 음식을 가려 먹어도 오히려 자체 방어력을 약화 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세균에 오염된다고 술잔도 돌리지마라, 찌개도 여러 사람이 같이 떠먹지 마라 등 주문이 많다. 옛날 엄마나 할머니가 젖 뗀 아기에게 밥을 먹일 때 먼저 밥을 입에 넣고 침 섞어 잘게 씹어서 먹이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다 그렇게 받아먹고 자랐다. 요즘 아마 그렇게 해서 먹였다가는 큰 일 날 것이다. 요즘처럼 환경오염이 심한 상황에서 특히 음식물은 각별히 위생적으로 잘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몸 안에는 백혁구나 임파구 같은 자체방어시스템이 있어 세균, 이종단백질, 암세포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켜 주고 있거늘, 주의만 하면 됐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에 대해 과민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의 시력이 1.2의 한계로 되어 있어 그 시력으로는 세균을 볼 수 없게 한 것도 조물주의 조화가 아니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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