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건강 검진

문석흥 2013. 11. 30. 10:49

건강 검진


                                                               문    석    흥


  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올해도 차례가 와서 거르지 않고 받았다. 보험료를 매 달 납부할 때는 큰 돈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인데, 어쩌다 감기라도 걸리거나,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가다보면 진료비는 1,500원이고 처방전 받아 약국에 가서 3일 분 정도의 약을 사도 약값이 1,200원 정도다. 의료보험제도가 생기기 전에 비하면 얼마나 싼가. 보험제도라는 게 바로 이래서 좋구나 하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2년마다 받는 건강검진도 보험제도의 혜택이거늘, 이 검진에서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던 병을 새롭게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일보 직전에서 구출하는 사례도 흔히 본다. 무엇보다도 난치병으로 알려져 왔던 ‘암’도 내시경으로 위나 장내를 속속들이 촬영을 해서 용종이나 암세포를 찾아내고 또 자기공명 촬영이나 단층 촬영을 통해서도 시체 내부 구석구석을 소상히 촬영할 수 있음으로써 암 조직을 찾아내어 치료의 길을 열어주고 있지 않은가.
  내시경이나 자기공명 촬영이나 단층 촬영 같은 첨단 치료 장비를 이용한 진료는 워낙 고가의 의료비가 들었지만, 이제 이마져도 보험을 적용해서 상당 비율로 절감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발달된 의료 기술과 장비의 덕으로 예전에는 몰라서 못 고쳤던 병도 지금은 조기에 발견하면 거의 완치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국민 건강이 증진 되고 따라서 수명이 연장되어 앞으로는 100세를 사는 시대가 곧 온다고 한다. 그러나 한 편 병원에 가기가 두려운 면도 없지 않다. 조금만 의심되는 데가 있으면 검사를 하다 보니 행여 ‘암’세포라도 발견되지나 않나?, 하는 불안감에서다. 암은 조기 발견만 하면 수술해서 완치 한다고는 하지만, 수술과 치료과정이 길고 고통이 따르다 보니 당사자도 가족도 다 같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완치가 된다 해도 항상 섭생과 몸 관리에 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
  친구 한 사람이 좀처럼 병원에 가는 일도 없고 운동도 잘 하며 술도 잘 마시고 건강에 대해서는 자타가 인정했다. 그런데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에서 생병지도 않게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도 몇 번 받는가 하더니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치료 받는 동안 머리도 빠지고 체중도 감소되고 그 좋아 하던 술도 입에 못 대고 친구들 모임에 잘 나오지도 못했다. 가끔 집에 방문이라도 하면 하는 얘기가 암 진단 받으면 절대 수술 하지 말라는 당부다. 나이도 들고 살만큼 살았는데 수술해 봤자 어차피 죽을 것을 왜 이렇게 고통 속에 살 필요가 뭐 있냐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가고 싶은데 가고 원 없이 살다 가는 게 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친구의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다. 일단 암에 결려 수술해서 암 덩이를 제거했다 하더라도 항암 치료를 여러 차례 받아야 하고 치료가 된 후에도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환자 자신은 온전하겠는가. 아픔을 견뎌야 하고 음식 마음대로 못 먹고 행동의 제약도 많고 항상 가족이 곁에서 보살펴야 한다. 그러자니 가족에게도 고통을 준다. 또 보험 혜택은 받는다 해도 치료비 또한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하긴 이쯤 되면 살아 있어도 목숨만 이어가고 있는 것이지 사는 의미가 무엇이 있겠는가. 전문가들의 의하면 암은 수술을 해도 생존 기간을 5년으로 본다고 한다. 물론, 그 이상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암이 걸렸다는데 수술을 안 한다고 고집을 부려봐야 가족들이 그렇게 하라고 그냥 순순히 따라주겠는가. 아무리 난치병이라도 가족에 입장에서는 죽을 때 죽더라도 집을 팔아서라도, 빚을 내서라도 끝까지 치료를 하고자한다. 거의 맹목적이다. 어찌 보면 비합리적이요, 비현실적인 생각일는지도 모른다. 결국 생명도 잃고 재산도 잃고 온 가족이 다 피폐해 지다시피 되는 데도 포기는 없는 것이다.
  나는 요즘은 건강검진 통지가 와도 선 듯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래도 기한을 넘겨서는 안 되겠기에 마지막으로 12월에 가서야 받는 경우가 많다. 건강 검진을 받아도 위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되도록 기피한다. 그것은 “암이요!” 소리가 나올까 두려워서다. 끝까지 모르고 지내면서 술도 음식도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여행도 다니다가 어느 날 아파서 병원에 가서 검진 받고 무슨 병이 되었던 “말기요!” 소리가 나오면 그때는 수술도 필요가 없을 것이니 좀 앓다가 가는 게 났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예수는 ‘죽고자 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으리라’ 라고 했다. 또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도 있다. 과연 나도 이런 정신으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암의 침략에 초연하게 대처 할 수 있을 는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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