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생명 외면한 유착과 적당주의

문석흥 2014. 4. 29. 07:12

 

생명 외면한 유착과 적당주의

 

   ‘세월호’의 침몰 사고가 난지도 벌써 10일하고도 며칠이 될는지 기약 없이 지나고 있다. 승선인원 476명 중 구조된 인원은 174명으로 굳혀진 채 구조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실종자라도 하루 속히 수색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애태우며 기다리는 심정이다. 수많은 민 관 군의 잠수사와 우수 장비, 선박들이 연일 동원되어 밤낮 없이 수색 작업을 펴고 있지만, 진첩이 늦는 것은 그만큼 바다 밑 상황의 악 조건과 인력의 한계에 부딪힌 탓이라 할 것인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이 노란 리본에 담겨 나부끼고 있거늘…

   그동안 침몰된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도 있고 또 앞으로 계획된 학교도 있다고 한다. 이번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로 들어나는 선박의 구조적 결함이나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선박 회사와 관련 기관, 그리고 직접 배를 운항하는 선장 이하 승무원들의 태도로 보아 언제가 되었던 사고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무사히 다녀온 학교는 다행히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할 것이고 그 불운을 단원고등학교가 맞게 된 것이다.

   백 번을 되짚어 봐도 우선 선장과 함께 먼저 도망쳐 나온 15명의 선원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이들이 초기에 탈출 명령을 내리고 각기 구역을 나눠 탈출을 도왔으면 침몰까지 2시간 여 동안에 다 구조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경이나 제주, 진도의 관제탑에서도 다급한 순간의 지혜롭지 못한 판단과 신속하게 대처 못한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로는 선박 운항 관련 기관들의 제도적인 허점으로 인한 검사와 감독이 부실했던 점이다. 형식적인 검사도 모자라 우수 판결을 하여 여러 차례 표창장을 받게도 했다. 이런 허술한 검사와 감독 속에 선사들은 마음 놓고 배 구조 변경도 하고 화물도 적재량을 초과하여 싣고 운항하며 돈벌이에만 치중한 것이 들어 났다. 선원들의 비상 훈련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동안 많이 들어 왔던 얘기지만, 역시 이곳에서도 해양수산부에서 퇴직하는 공무원들이 해운관련 단체에 이사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착의 관행이 늘 문제가 되고 있지만, 좀처럼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공리공생의 이득을 노려서임이 아니겠는가. 공무원들은 퇴직하면 연금을 받는다. 아마도 고위 공무원은 하급직 공무원보다 연금액수도 높을 것이다. 정년을 했으면 개인 사업을 하던가, 사회 봉사활동을 하던가, 아니면 취미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냄이 옳을 것이거늘, 재임 시에 관련이 있는 단체에 더 많은 연봉을 받아 가며 재취업을 하는 그런 관행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유착의 연결로 적당히 봐주기 등 각 종 비리가 저질러짐은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다.

   언제나 큰 사고가 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여전히 답습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이럴 때마다 예방책이 나오고 방지 매뉴얼이 제정되어 나와도 그때뿐이고 그 법규나 매뉴얼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훈련하고 위반 시에는 철저히 수사하여 엄중한 의법 처벌이 뒤따르지 못했다. 일상생활 속에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질서만 보아도 위법 현장이 버젓이 있는 데도 즉각적인 아무런 조치가 없다. 또 매달 15일마다 실시되는 민방위 훈련 모습도 보라, 사이렌이 울리면 주행하던 차량들이 마지못해 서있는 정도며 각 건물 내에서는 그대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훈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시만 넘기면 쉽게 망각하고 적당주의가 타성이 된 우리의 의식구조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