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판사와 스폰서검사

사도판사와 스폰서검사

 

 

   전북 전주에 있는 덕진공원에는 이 지역 사람들이 훌륭한 법조인으로 존경하는 세 분의 삶을 기려 건립된 법조삼성(法曹三聖)의 좌동상이 있다. 이 세 분을 법조상성이라 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분은 순창 출신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시고 또 한 분은 김제 출신 김홍섭 전 대법원 판사이시고 다른 한 분은 익산 출신 최대교 전 서울고등검찰청장이시다. 이분들은 다 같이 전북 출신으로 하나같이 강직하고 공정하며 청렴과 청빈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법이 권력에 굴복하는 것을 막았으며 “법관은 비록 굶어 죽더라도 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대쪽 같은 강직한 성품이었다. 집에는 변변한 가구도 없고 늘 흰 두루마기를 입고 흰 고무신을 신고 다니셨다. 김홍섭 전 대법원 판사님은 사랑과 믿음을 실천하며 생명을 존중한 사도법관(使徒法官)이란 칭호를 받았으며 늘 염색한 작업복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으며 도시락을 지참하고 출근하는 등 청빈하게 사신 분이다. 최대교 전 검사장님은 봉급 이외에 다른 사욕이 없으며 관용차를 절대 타지 않고 악천후 날씨에도 도보로 출근하며 관용차의 기름 값을 모아 두었다가 김장 때 박봉에 시달리는 부하직원들에게 나눠 주었다 한다. 이렇게 이 분들은 후배 법관들에게 사표가 되신 분들이다.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기소하여 재판을 받게 하며, 판사는 범죄인에 대하여 처벌이나 무죄를 판결하고 법적 분쟁을 법률적 관점에서 판단을 내려주며, 변호사는 법률 자문과 소송대리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기에 법조인들은 무엇보다도 양심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권력의 압력에 굴하거나, 공작에 타협하거나, 뇌물에 유혹되어서 부당하게 재물을 축적해도 안 된다. 마땅히 그래야 하거늘 요즘 일부 고위직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 중에 독직 사건이 들어나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회부되는, 있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선배 법조인들 중에는 사도법관이 있었거늘 그 본을 받지는 못할망정 들어 보지도 못했던 ‘스폰서검사’가 등장하게 되었으니 어쩌다 우리 법조계가 이토록 타락되었는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판사·검사·변호사는 엘리트이며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법고시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남다른 의지와 노력이 없이는 아무나 쉽게 될 수가 없다. 그리고 판사나 검사는 현직에서 나오면 변호사로 개업을 할 수 있어 평생 직업을 누릴 수 있다. 그럼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법조인들을 일반 공직자나 직장인들 보다 우위로 여기는 것이다. 한 때 판사나 검사 사위를 얻으려면 열쇠 세 개(아파트 사무실 자가용)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만큼 이들의 몸값이 높은 것이다. 이럴수록 청렴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수사와 판결을 함으로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