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불 전깃불
문 석 흥
요즘 신세대들은 등잔불을 잘 모를 것이다. 등잔불이란, 등잔에 켠 불이란 뜻이고 등잔은 불을 켜기 위한 잔 모양으로 된 사기 제품의 작은 그릇이다. 지금처럼 전기가 없던 시절 밤에 실내에 불을 밝혀 주었던 유일한 등화 기구였다.
지금은 민속 박물관에나 가 봐야 볼 수 있는 골동품이 되었지만, 지금부터 50~60년 전까지만 해도 농어촌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이면 등잔불을 켜야 했다. 등잔불의 연료는 석유나 동식물에서 추출한 기름을 사용했으며 이 연료를 등잔에 붓고 거기에 면사나 솜을 가늘게 말아서 심지를 만들어 담그고 한쪽 끝만 등잔 가로 노출시켜 불을 붙게 한 것이다. 그나마 석유나 기름이 넉넉지 못해서 아끼느라 심지를 돋우어 불을 크게 키우지도 못했고 여러 시간 켜지도 못 했다. 심지어는 밤늦도록 등잔불 밑에서 공부라도 하다 보면, “불 끄고 자거라, 석유 닳는다.”라고 어른들이 한 말씀 하곤 하셨다.
처음 전기가 들어왔을 때는 불을 밝혀 주는 전구의 촉광도 30 와트나 60 와트가 고작이었고 100 와트짜리도 있어 밝기는 했으나 전기료 많이 나간다고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희미한 등잔불만 보던 눈에는 그야말로 대낮 같이 밝은 광명천지와 같았다. 이때부터 등잔불은 헌 신짝처럼 사라져 갔으나 전기 가설비와 전기 사용료의 부담도 어려운 농촌 형편에는 만만지가 않았다. 전등 수에 따라 비용을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집집마다 경제 형편에 맞춰 전등 수를 각기 정했다. 전기 사용료 절감을 위해서 두 방을 경계로 한, 벽의 윗부분을 뚫고 그 곳에 등을 한 개 달아서 두 방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땅의 전깃불은 등잔불에 이어 이렇게 탄생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변했는가? 단순히 방안을 밝히는 기능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잠시도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이 된 것이다. 가까이 집안에서부터 살펴보자. 전등을 비롯해서 TV, 전축, 라디오, 선풍기, 에어컨, 청소기, 렌지, 냉장고, 세탁기 등 사람의 손길을 대신해 주는 각종 전자 제품들이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수돗물이나 변기의 화장수도 전기의 힘으로 공급된다. 그리고 도시의 빌딩, 엘리베이터, 지하철의 운행, 거리의 교통 신호등도 다 전기로 작동되며 각종 산업시설의 동력도 거의 다 전기의 힘이다.
이처럼 전기는 산업발달의 원동력이 되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젠 전기에 의존하지 않고는 우리의 삶을 한시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9월 15일 오후 한 때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전기가 나가서 대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유인 즉은 때 아닌 늦더위로 전력 소모가 급증해서 전력 생산과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아 전국이 암흑 상태가 될 지경으로 위급 상태가 되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단전을 했다는 것이다.
단전의 순간 병원에서는 수술 중단, 공장에서는 제품 생산의 중단, 빌딩의 엘리베이터 정지, 중요 군사장비 작동 중지, 교통신호등 마비 등, 이로 인한 손실이 엄청나거니와 예고 없는 단전으로 사전 대비를 할 수 없었기에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이다.
그 동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3대 요소로 의(衣)‧식(食)‧주(住)를 꼽아 왔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사람이 살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 속에서 인력으로 다 해결하며 살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생활 구조는 전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는 의‧ 식‧ 주 3대 요소에서 전기를 하나 더 추가해서 전‧의‧식‧주, 4대 요소로 해야 할 것 같다. 전기는 이젠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가 되었지만, 그 전기 생산을 무제한 생산 할 수는 없다.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 에너지로 석화연료, 수력, 풍력, 원자력이 이용되는데 그 자원 또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벌써 전력 비상이 내려 졌다. 전등 하나로 벽을 뚫어 두 방을 밝히던 초기의 절약 정신을 다시 발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수 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린 뭘 먹고 살라고요 (0) | 2023.03.15 |
---|---|
답답하고 힘들었던 2020년 (0) | 2023.03.12 |
가을의 단상 (0) | 2023.03.11 |
겨울 이야기 (1) | 2023.03.11 |
조문(弔問)의 의미 (0) | 202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