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싸 움

문석흥 2013. 11. 30. 05:17

싸 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속담이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에도 싸움은 꽤나 했었나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국에서 어느 번화가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삑 둘러서서 웃고 박수를 치며 떠들썩한 가운데 무엇인가 흥겹게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도산 선생도 구경꾼들 틈으로 안의 광경을 보니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상투를 찐 조선 사람 둘이서 서로 상투를 잡고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도산 선생은 이를 보는 순간 뛰어 들어 무조건 싸우는 두 사람을 말리고 싸운 연유를 물은즉, 두 사람은 다 인삼 장수였는데 서로 상대편이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였다. 도산 선생은 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이역만리 아메리카 땅에 와서까지  많은 미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동족 간에 상투잡이 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그 후 도산 선생은 우선 동포들에게 교육부터 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사람은 동물에 비해 이성이 발달한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이성을 갖췄다고는 볼 수 없다. 싸움을 한다는 것도 그 이성의 결핍에서 오는 게 아닌가 한다. 싸움의 원인은 첫째 상대편의 배려는 전혀 없고 내 쪽 이해득실만을 따지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둘째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기 체면의 몰수이다. 상대편의 입장이나 주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나의 주장과 입장을 다소나마 낮춰 본다면 극한적인 물리적 싸움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장소불문하고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남들이 본다고 의식한다면 아마 싸울 용기가 나질 않을 것이다.
  부부싸움을 하게 될 경우라도 옆에 자녀들이 지켜본다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일단 아이들이 보는 앞은 피하고 보는 게 상정이다. 비교적 이성의 자제력이 낮을수록 싸움으로 가기가 쉽다. 싸움에도 형태는 여러 가지지만 고성과 욕설 주먹이 앞서는 싸움일수록 이성과는 거리가 멀다.
  며칠 전 신문에서 소제목만 본 내용이다.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너희들이 국회의원이냐?’라고 한 표현이다. 요즘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해머와 전기톱, 소방호수, 소화기, 쇠사슬 등을 동원하여 출입문 손잡이를 부수고 톱으로 자르고 소방호수로 물을 뿜어대고 소화기를 뿜고 멱살잡이를 하고 명패를 바닥에 던지고 짓밟아 깨고 유리창을 부수고 사지가 잡힌 채 들려 나가고 욕설과 고성의 아우성을 지르며 육박전을 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TV를 통해 다 보았다. 국내는커녕 외국에서 까지 보았다.
  그 국회의원님들, 스승의 날에 초등학교나 중등학교에 일일교사로 나가 도덕 윤리 강의를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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