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날의 밀가루 2월은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달이다. 교문 앞이나 거리에는 하얀 밀가루가 여기저기 뿌려져 있고 밀가루가 범벅이 된 채 버려진 교복들도 쉽게 눈에 띈다. 그뿐이랴, 밀가루를 머리서부터 온몸에 흠뻑 뒤집어 쓴 채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이제 막 졸업식장에서 나온 졸업한 남 녀 학생들이 자랑이나 하듯 거리를 누빈다. 또 졸업식 날의 시내 식당에는 졸업한 자녀들과 그 가족들로 붐빈다. 이곳에서도 더러는 하얗게 밀가루를 뒤집어 쓴 졸업생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런 모습을 한 자녀들을 보는 가족들의 눈에도 좋게 보일이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 입혀서 다시 나올 수도 없는 일, 속은 상하지만 그런대로 대충 털어 주고 식당으로 와서 축하의 식사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졸업식에 앞서 누누이 밀가루를 뿌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 졸업식 당일에도 선생님들이 단속에 나서지만 밀가루 봉지를 교묘히 숨겨 가지고 와서 순식간에 뿌리고 달아나는 데는 어떻게 할 길이 없다. 이것도 품앗이라, 다른 학교의 친구들이 서로의 졸업식장을 찾아다니며 행해지는 것이다. 이런 행위가 그들만의 졸업식 이벤트이다. 졸업식 날에 밀가루를 온 몸에 뿌리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학생 시절엔 교복을 꼭 입어야 하고 엄격한 교칙 때문에 극장이나 당구장 다방 같은 곳도 출입이 금지 되었으며 담배나 술은 절대 금물이다. 만약 적발 되는 날에는 가차 없이 정학 퇴학 같은 혹독한 벌을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교복은 곧 이런 학생의 상징이었으니 졸업은 곧 교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속박으로부터 해방인 것이다. 그럼으로 검정색 교복을 흰 밀가루를 덮어씌움으로서 모든 속박을 지워 버린다는 의미를 갖는 교복화형식과도 같은 이벤트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의 교육풍토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교칙이 엄격해서 행동의 속박도 별로 없고 정학 퇴학도 없어졌다. 교복도 검정색 단일 디자인의 획일화 된 것도 아니다. 학교별로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절충하여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모양새 있는 교복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졸업식 날의 이벤트도 이들이 지내온 학창 시절의 교육 풍토에 맞는 의미가 담긴 이벤트로 변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아직도 밀가루인가. 거기다 생계란 던지기 까지 등장한다. 옛날에도 밀가루가 흔한 식품은 아니었으나 졸업식 날의 검정색 교복에 흰 밀가루를 뿌린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 이 시대에 와서 밀가루 이벤트는 맹목적인 답습일 뿐이다. 그리고 밀가루는 쌀에 버금가는 소중한 식품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