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3만 원 축의금에 7만 원짜리 식사

문석흥 2013. 11. 30. 05:37

3만 원 축의금에
      7만 원짜리 식사


  며칠 전, 조선일보에 연재된 <모두가 피곤한 ‘고비용’결혼식>을 읽으면서, 고비용과 허례로 변질되어 가는 우리의 결혼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물론,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하는 결혼식 사례지만, 이것이 부유층과 사회 지도층 자녀의 결혼식이라는 데서 그 파급이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염려스럽다.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면, 간소하게 치러도 500명~700명 기준으로 5천만 원쯤 들고. 식사비만 해도 하객 1인당 6만~7만 원에서 비싼 곳은 1인당 20만 원이라 한다. 식사뿐만 아니라 식장 꽃 장식, 얼음조각 장식 등 일반 서민들은 놀라울 만큼의 고가이다.
  또 웨딩촬영이 700만 원, 거기다 촬영기사에게 50만 원, 신랑 신부 머리 만지러 온 사람에게 각 기 10만 원씩 팁을 준다. 드레스를 빌리는데도 수십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도 지급해야 한다. 이것이 예식장과 웨딩컨설팅업체의 횡포인데 그런 줄 알면서도 인생의 한 번뿐이라는 그 인륜대사의 명분 때문에 꼼짝 못하고 바가지를 쓴다.
  가끔 이런 호텔 결혼식에 참석해보면 얼른 보아도 고비용임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러기에 서울의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는 청첩장을 받으면 참석하기가 망설여진다. 3만 원~5만 원의 축의금 봉투를 들고 가서 7만 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아야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다. 그래서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축의금 봉투만 인편에 보내는 때가 많다.
  이것이 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특수한 가치관 때문이다. 결혼에는 물질보다는 정신에 기초를 두어야 마땅하다.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결혼식을 올려도 변함없는 사랑의 약속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반드시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있는 곳에 그 증표로 물질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물질이 마음보다도 앞서가면 신성한 결혼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혼수 문제로 꿀맛 같아야 할 신혼 가정에 미움과 구박이 불어 닥치고 드디어 이혼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신랑, 신부보다도 부모들에게 더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결혼은 인륜대사요, 생의 최고의 기쁨과 축복의 날이기에 그에 걸맞은 행사를 치루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고래로부터 어느 민족이건, 결혼의 의식과 절차는 고유의 문화로서 존속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소박하면서 의미 깊고 해학도 있는 고유의 결혼 문화가 있어 왔으나 일부 부유층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필요 이상의 물질 치중의 결혼 풍토가 결혼의 본뜻을 흐리게 하는 것이 문제다.
  꼭 초청해야할 하객만 초청하여 소규모의 결혼식과 조촐한 피로연을, 그리고 축의금도 되도록이면 주고받지 않는 결혼 풍토를 부유층이나 사회 지도층에서 먼저 실천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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