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아들보다 딸을

문석흥 2013. 11. 30. 06:09

아들보다 딸을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다는 그 신앙 같았던 아들 선호 사상도 시대의 변화 속에서 허물어져 가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은 거의 다 아들 선호 시대에서 살았다. 여자가 시집을 가면 아들을 낳아야 대우를 받고 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 그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 그래도 딸을 낳으면 여자의 잘못인 양 죄책감을 가져야 했음도 그동안 우리의 정서였다. 심지어는 딸은 이름조차 제대로 지어주지 않아 평생을 이름도 없이 살아간 여인들도 많았다. 지금도 호적등본을 보면 어머니나 할머니의 이름 난에는 이름이 없이 이 씨, 김 씨 등으로 기록되어 있음을 본다. 더러 이름이 있어도 섭섭이, 끝순이, 말자, 언년이 등으로 아들을 얻지 못한 아쉬움이 서려있는 이름이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여자들은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마는 경우가 많았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여학생은 6학년 전체에서 2~3명 정도였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는 더 줄어들었고 대학으로 진학하는 여학생은 매우 드물었다. 부모들의 인식부터가 딸은 ‘출가외인’이라 하여 초등학교나 중학교 정도 나와서 시집이나 보내면 부모로서 할 일 다 하는 것으로 여겼다.
  지난 날 인구 억제책으로 산아제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 라는 구호 아래 이 정책은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아들 선호 사상이 더 팽배하여 남․ 녀 출생아 성비의 불균형이 나타나 초등학교에서는 교실에서 남․ 여 짝을 못 이룬 남학생들이 생기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젠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 연구소에서 2008년 4~7월 태어난 신생아 2,078명의 아버지를 조사했더니 37.4%가 아내의 임신 중 딸을 원한 것으로 나타났고, 아기 엄마도 37.9%가 딸을 바라서 아들을 바란 31.3%보다 많았고 아들을 원하는 아버지는 28.6%에 불과했다 한다. 이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딸의 선호도가 높았다는 것으로 보아 이젠 반대로 딸의 수가 더 늘어갈 추세임을 예감할 수 있다.
  하긴 근래에 와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늘어났음을 볼 수가 있다. 학교의 선생님도 여교사가 압도적으로 많아져 남선생 기근현상이 나타나 고민이다. 올해에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에 법관 지망자 92명 중 남 28명, 여 64명이고, 검사 지망자 124명 중 남 52명, 여 72명으로 여자가 더 많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호주 상속이나 가족 관계의 지위도 남성과 차등이 없어졌고 앞으로는 노후의 생계도 자식에게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자연 아들 선호 사상이 퇴색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아들만 있어 딸을 키워 보지 못하였기에 딸 키우는 맛을 잘 모르지만, 아들은 어려서나 커서나 과묵하고 오사바사한 잔정이 없다. 그러나 딸은 그 반대일 것 같다. 출가를 해서도 친정 부모를 향한 극진한 효심은 아들보다 나은 점이 많다. 요즘, 아들․ 딸 유머 시리즈에, 아들이 둘이면 길바닥에서 죽고, 아들이 하나면 골방에서 죽고, 딸이 둘이면 비행기 안에서 죽고, 딸이 하나면 싱크대 앞에서 죽는다. 라는 게 있다. 그만큼 딸이 더 부모를 위하는 마음이 극진하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고 부모가 되어서 내가 낳은 자식을 그때그때 실리에 따라 어느 한 쪽만을 선호한다는 것도 잘 못된 일이 아닌가. 그보다도 지금은 저 출산을 염려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나라 장래를 위해 아들 딸 선호 말고 많이 낳는 데 힘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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