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문석흥 2013. 11. 30. 09:51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신문 사설에서 읽었다. 민주당 신임 대표로 당선된 손학규 대표가 당선 인사차 정진환 추기경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기경께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족사가 많이 나오는데 본인은 물론 가족에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가족까지 상처 주는 청문회가 아닌 좀 더 품격 있는 청문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인사청문회를 TV를 통해서 보면서 나도 추기경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분들은 총리나 장관이 될 후보자들이다. 이분들이 과연 그 직을 잘 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 그리고 도덕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검증하는 자리다.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면 곧 그 직을 수행할 분들이다.
  그런데 청문회 과정을 보다 보면 가족사에서 부터 과거의 행적을 샅샅이 뒤져 이에 관련된 온갖 자료와 증인 등 총 동원되다 시피 하여 취조하듯 한다. 삿대질과 호통 고함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어느 방송인가, ‘돌발영상’이란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청문회에서 있었던 장면 중에 정규방송에서 누락되었던 부분을 재편집해서 토막토막 보여주는 화면인데 여기에서는 더 황당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흔한 말로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라고 한다. 물론,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사소한 실수나 잘못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만백성의 어른이 되실 분들은 작은 먼지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그 먼지를 들춰내는 방법이 문제다. TV를 통해 온 국민이 다 지켜보는 생방송인데  어떤 사안을 하나 놓고 삿대질과 고함, 질타 등과 같은 막장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가족사나 생활사 등이 낱낱이 공개되어 전 국민 앞에 공개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연출케 한다. 총리, 장관이 뭐 길 레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하는 연민을 하게 된다.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몰랐었을 것을…….
  이런 혹독한 신문(?)과정을 거쳐 합격된 분은 대망의 자리에 오르지만, 끝내 낙방하신 분들은 망신만 톡톡히 당하고 소리 없이 물러가는 것이다. 이 분들은 물러나와 지금까지 지키던 자라는 그대로 지키는 모르겠다.
  총리는 옛 왕조시대로 따지면 영의정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임금 다음의 최고 높은 자리다. 장관도 판서로서 영의정 다음의 높은 벼슬이다.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닌 민주공화시대이지만, 총리나 장관은 그 직에 걸맞는 인품과 학식과 전문성을 지녀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그에 대한 권위도 존중 하고 예우도 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청문회를 거쳐서 검증하고 합당한 인물을 고르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청문회 자체도 그만한 품위와 덕성을 갖춰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TV 생중계 하는 속에서 수모와 망신을 당하면서 까지 통과 의례를 거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봐야 무슨 권위가 서고 존경을 받겠는가. 차라리 정책 수행 능력에 관한 내용은 공개 청문회로 하고 개인의 인품이나 사생활 문제는 비공개로 함이 어떨까 한다.
  어느 시대이고 그 시대마다 시대상황이라는 게 있다. ‘성인도 시대를 따른다.’는 말도 있는데 하물며 성인군자도 아닌 보통 사람으로서 시대 상황에 따른 대세를 외면하고 바보처럼  산다는 게 쉬운 일이던가.
  청문회에서 으름장을 놓는 분들,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먼저 살펴보았으면 한다.



'칼 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비도 세월 따라  (0) 2013.11.30
진정한 시민의식이란?  (0) 2013.11.30
배추값 파동과 인심  (0) 2013.11.30
월드컵 챔피언 된 우리 소녀들을 보면서  (0) 2013.11.30
  (0) 201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