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파동과 인심
올 해는 예년에 보기 드문 기상 이변으로 배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와 과일 등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되면 수확의 격감으로 인한 가격 폭등은 불 보듯 뻔한 것, 배추 한 포기에 18,000원까지 가는 사상 초유의 가격을 기록했다.
TV화면에 밭주인 아주머니가 배추밭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장면을 보았다. 보통 산지의 농민들은 일찌감치 유통업자들과의 선금을 받고 밭떼기 계약을 한다고 한다. 수확기에 와서 배추 값이 얼마가 되던 관계없이 배추를 내 주어야 한다. 평년 같으면 가격차가 크게 나지 않아 손실 감이 별로 없었겠지만, 금년 같은 경우는 포기당 1,500원~2,000원에 계약을 했는데 실제 시장 가격이 18,000원이나 갔으니 경작자로서는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그런다고 유통업자가 이런 점을 참작하여 얼마라도 더 계산해 주지도 않으니 말이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했었던가. 배추 파동이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는 중국으로부터 배추를 수입하는 조처를 했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시장 두 곳에 배추 7,860포기를 공급하고 시중가격보다 30% 싸게 1인당 겨우 3포기 한 망태로 제한하여 팔게 하자, 새벽 5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며 2시간 만에 매진되었다 한다.
30% 싸봤자 4~5천 원 아닌가. 그것도 1인당 3포기 한 망태밖에 못 사는데 새벽 5시부터 나와 밀치고 제치며 줄을 서서 마치 전쟁을 하듯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사야 하는 것인가. 배추가 이 땅에선 더는 생산을 할 수 없게 된 것도 아니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거늘….
평상시 안정되게 살 때에는 이웃 간에 인심도 좋고 남한테 아끼지 않고 베풀기도 잘하다가도 갑자기 난리가 쳐들어오던가.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되면 인심은 급변한다. 너도나도 식량과 생필품을 사재기하느라 슈퍼고 마트고 시장이고 물건이 동이 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이것이 인심이다.
일찍이 6.25전쟁 때 이런 경험을 했다. 그러나 사태가 바로 풀리지 않을 때는 잽싸게 사재기를 한 사람도 잠시일 뿐 얼마 못 가서 사재기를 못한 사람과 똑같은 처지가 된다. 듣기에는 독일 사람들은 비상사태가 되면 사재기는커녕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오히려 내놓는다고 한다. 이 쯤 되어야 선진국 국민다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배추 값이 금값을 방불케 하다 보니 인심이 야박해졌다. 당장 식당에 가 보면 ‘김치는 먹을 만큼만 잡수십시오.’라고 써 붙였다. 좀 더 달라면 서슴잖고 갖다 주던 김치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김치 더 달라고 하기가 미안하다. 그래서인지 그나마 김치 맛도 전만 못할 뿐 더러 양도 적게 담아내온다. 어디를 가나 공짜로 주는 후한 김치 인심이 이젠 박한 김치 인심이 되었다.
이제 곧 김장철을 맞게 되겠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상 적부터 먹어 내려오던 김치,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우리의 입맛이거늘, 김장 할 때까지 배추 무 공급이 원활치 못하면 아마 엄청난 난리를 겪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서울시, 농협, 대형마트들이 배추 할인 판매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배추 값이 안정 추세를 보일 것이라니 다행이다. 이제 김장용 배추가 출하되고 또 배추 값 폭등으로 월동용 배추 재배 농가 면적이 늘고 있기 때문에 그 배추가 나오는 12월에는 배추값이 내려갈 것이라 하니 안도감이 든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잦은 기상 이변으로 또 어떤 파동이 올 것인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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