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어서, 뭉쳐서, 찍어서 요즘은 가을철이라 결혼예식장에 자주 가게 된다. 예식장에 가면 으레 식사를 하고 오게 되는데 거의가 다 뷔페식이다. 뷔페가 본래 우리나라에는 없었는데 외래된 것으로, 이젠 예식장이나 다른 많은 사람이 함께 같은 시간에 먹는 식사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뷔페식에는 여러 가지로 좋은 점도 많다. 갖가지 음식 종류가 많이 진열되어 있어 자기 취향대로 선택해서 담아다 먹는 점이다. 그리고 남겨서 버리는 찌꺼기 음식이 적어 음식의 낭비가 적은 점이다. 또 각자가 가서 접시에 담아다 먹기에 일일이 날라다 주는 번거로움과 그에 따른 도우미가 많이 필요치 않은 점을 들 수 있겠다. 그 대신 여러 음식을 하나의 작은 접시 안에 담아 오기 때문에 먹다 보면 아무래도 뒤섞여 음식 종류마다의 제 맛을 잃는 다는 점과 찌개류가 없어 식사 도중 떠먹는 국물의 맛을 못 느끼며 먹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젓가락이 아닌 포크의 사용이 익숙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하긴 우리의 전통 방식대로 많은 사람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가. 이런 점에서 볼 때 뷔페식이 여럿이 한꺼번에 먹기에는 좋은 점이 많다고 보겠다. 젓가락 애기가 나왔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할 때 젓가락이 없으면 사실상 먹을 수가 없다. 물론 젓가락 못지않게 숟가락도 있어야 한다. 우리 말고도 중국이나 일본 사람도 젓가락 없이는 식사를 못 할 정도로 식사의 필수 도구다. 전 세계에서도 젓가락 식사 문화를 가진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뿐 일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나이프와 포크가 필수 식사 도구이고 스푼(숟가락)은 부수 도구정도 같다. 그리고 인도나 동남아 일부 지역, 아프리카 사람들은 젓가락도 포크도 스푼도 필요 없이 손끝으로 뭉쳐서 먹는다. 이토록 나라에 따라 지구촌 권역에 따라 식사 문화가 다른 점은 왜 그럴까? 아마도 전통적으로 살아온 생활 방식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처럼 농경생활 문화권에서는 식품들이 주로 농산물이기 때문에 쌀과 기타 곡물이나 채소가 주이어서 밥이나 나물무침, 김치와 국, 찌개 같은 액체 음식을 먹어왔다. 그래서 숟가락으로 뜨고 젓가락으로 집어야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같은 농경사회인데도 인도나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은 끈기가 없으니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사용해도 흩어져서 자연 손끝으로 주물러 뭉쳐서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 서양은 본래 유목민 출신들이라 육식을 주로 해왔기에 육류는 익혀도 질겨서 칼로 썰어야하고 썬 고기도 집기보다는 찍어서 먹는 게 편하다 보니 나이프와 포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음식을 먹는 도구만 보아도 조상 때부터 해왔던 식생활 방식을 엿 볼 수 있을뿐더러 그 방식니 대대로 변함없이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음식이나 식사도구를 대하면 서툴고 먹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젓가락 사용하는 것을 보고 탄복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가늘고 뾰족한 젓가락 두 가닥으로 밥알 하나도 콩알 하나도 놓이지 않고 단번에 쉽게 집는 것을, 포크로 찍거나 손끝으로 뭉쳐서 쉽게 먹는 그들로서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게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기능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많이 획득하는 것도 젓가락 문화에서 익힌 손재주가 탁월한데서 온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서구화 추세 때문일까? 아이들은커녕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가위 모양으로 된 개량 젓가락까지 등장했다. 젓가락문화도 전통이거늘, 전통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민족의 뿌리를 잃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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