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發

문석흥 2014. 7. 14. 09:45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發

 

 

   오래간만에 편지를 부치려고 집 근처에 있는 우체통에 갔더니 우체통이 온데간데없이 없어졌다. 하는 수없이 좀 걸어서 우체국까지 가서 우체국 앞에 있는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에게 우체통이 없어진 이유를 물었다. 직원의 대답 요지는, 우체통 이용자도 줄고 게다가 누군가가 우체통 안에 폭죽을 터트리고 담배꽁초, 휴지 등 온갖 쓰레기들을 넣는 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지관리가 어려워서 철거시켜가고 있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런 법도 한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부터도 근래에 와서는 편지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전할 일 있으면 이메일로 보내거나 휴대전화 문자로 손쉽게 보내고 또 곧바로 답장도 받고 하니 자연 손으로 쓰는 편지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통신 수단이 발달하기 전, 지난 시절에는 안부나 소식을 전하는 데는 편지 밖에 없었다. 시급을 요하는 소식을 전하고자 할 때는 가까운 우체국에 가서 요금을 내고 전보를 처야 했다. 집에 상을 당해서 군복무중에 있는 아들에게 부음을 급히 전해야 할 경우, 먼저 면사무소에 가서 사망확인을 받은 후 우체국에 가서 소위 관보라는 것을 부대에 보내야했다. 편지도 부치고 나면 거리에 따라 빠르면 3, 늦으면 1주일도 더 걸려 배달되었다. 그래도 기다려지고 늦게나마 받아 보는 것만도 반가웠다. 그러던 편지가 지금은 손으로 쓰는 편지는 거의 없고 활자로 된 각 종 고지서나 선전 홍보물 유의 우편물만 우편함에 가득 찬다.

   세월이 가면서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이 가만히 살펴보면 꽤 많이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지금은 10년이라는 한 시절의 단위가 무색하리 만큼 세월의 흐름을 느낄 사이도 없이 강산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심도, 모습도, 생활양식도, 생활 도구도, 언제 바뀌었는지도 모르게 변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변한 것도 있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생겨난 것도 많다. 특히 노년층에 든 사람들은 이런 변화의 현상을 더욱 실감한다.

   지난 날 교통, 통신 수단이 지금처럼 발달이 되지 않은 시절에는 자연 사람들 간의 내왕과 상호 교신이 원활치 않아 정보가 어두웠다. 그러다 보니 도농 간에 생활수준이나 문화 차도 심했다. 한 예로, 지금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개인 신분증이 있었는데 서울은 시민증이고 각 도는 도민증으로 발급되어 공식적으로 차별화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도민증되민증이라 부르며 사실상 비하하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은 IT강국으로 발전된 나라에 살면서 얼마나 간편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사는가. 초등학생으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세상의 정보를 손안에서 다 들여다보며 때를 가리지 않고 얼마든지 지인들과 교신을 하고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 아닌가. 빨간 옷을 입고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우체통이 이제는 추억의 우체통으로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밀려서 떠나가는 몸, 고이나 보내 주면 어때서 그 몸속에 폭죽을 터트리고 담배꽁초를 버리고 휴지와 온갖 쓰레기를 집어넣는 그 양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성인도 시대를 따른다.’ 했듯이 발전하는 시대에 맞추어 의식도 문화도 바꿔져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살아왔던 지난시절의 흔적을 송두리째 지워버리거나 학대하듯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손으로 쓰던 편지가 활자로 변신하여 빠르고 간편하게 되었다고 해서 쓰기를 잊어서도 아니 될 것이고 우리의 고유 언어조차 뜯어 고쳐 부르고 써도 아니 될 것이다. 더구나 선생님을 이라 해서야 되겠는가.

'수 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과 은행나무  (0) 2014.09.22
개와 반려동물-發박카  (0) 2014.07.21
보릿고개와 망종  (0) 2014.06.12
부대찌개-發박카  (0) 2014.03.16
지난 달력 장을 떼어 내며  (0) 201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