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술 이야기

문석흥 2018. 8. 16. 09:51

술 이야기

 

 

   나는 젊어서부터 술을 마셔왔다. 술 먹는 사람에는 여러 가지 별칭이 따라 붙는다. 술꾼, 주정뱅이, 술망나니, 주태백이 등, 다 낮잡아 하는 말로 좋은 호칭은 아니다. 나 역시 술을 마시는 사람이기에 나에게도 이런 호칭이 따라 붙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렁이 제 몸 추운다고, 나 자신은 이런 호칭과는 관계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각자가 자기 주량이 있다. 나도 주량으로 치면 술꾼 속에는 들 정도다. 술꾼은 사전에도 술을 좋아하며 많이 마시는 사람으로 나와 있듯이 주정뱅이나 술망나니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러나 술(알코올)은 마시면 취하게 마련이고 뇌기능에 영향을 주어 눈에 초점을 흐리게 하고, 혀 꼬부라진 말과,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다음날 필름이 끊어져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예서 더 심하면 이성 잃은 행동을 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이정도가 되면 천하 없는 술꾼도 주정뱅이나 망나니가 될 수밖에 없다. 고무줄의 탄성도 한계를 넘으면 끊어지고 말듯이 술도 자기 주량의 한계를 벗어나도록 마시면 결국 자기 자신을 망가트릴 수밖에 없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적절히 흥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또한 불안과 긴장감이 줄어들어 평소에 수줍어 움츠렸던 용기도 생겨 말도 잘 나오고 호탕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용감해질 필요가 있을 때 한 잔 마시고 나서기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적당히 술을 마시지 못하고 과음하게 되며, 흔히 알코올 중독에 빠질까? 그것은 그 당사자들의 의지와 음주 습관에 달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도 술꾼이기에 잡지나 인터넷에서 술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서 보다 보면 흥미로운 대목들은 저장해 두거나 스크랩을 해 두기도 한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술자리 4() 6)’라는 게 있다. 1: 술을 권할 때 술이 센 사람보다는 약한 사람에게 권하라, 2: 술잔의 1/3양은 남겨 놓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권할 때 비우고 받아라. 3: 가급적 술잔을 2~3개 갖고 있는 사람에게 권하라. 4: 가능한 자기의 술잔은 비워두지 않는다. 그리고 6계는, 1: 대화 중 옆 사람 하고만 얘기하지 말라. 2: 상호간 의견대립이 민감한 화제는 피하고 공감된 화제로 돌려라. 3: 나의 화제로만 이끌지 말라. 4: 먼저 떠나려면 화장실 가는 척하고 떠나라. 5: 지나치게 점잔 만 빼지 말고 적당히 취한 척 하라. 6: 다음날 만났을 때 술좌석 얘기는 피하라. 주객들이 지켜서 과음하지 않고 실수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이야기로, 술자리라면 9가지를 불문하고 참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9불문(9不問)이라 한다. , 청탁(淸濁), 원근(遠近), 입자(立座), 안주(按酒), 노소(老少), 주야(晝夜), 일기(日氣), 체면(體面), 장소(場所) 등이다. 이쯤 되면 가히 금메달 깜의 술꾼이 아니겠는가.

   또 술자리 10불출도 있다. 1. 술 안 먹고 안주만 먹는 자, 2. 남의 술에 생색내는 자, 3. 술잔 잡고 잔소리 하는 자, 4. 술 마시다 다른 자리로 가는 자, 5. 술 마시고 따를 줄 모르는 자, 6. 상갓집에 가서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자, 7. 잔칫술 먹고 우는 자, 8. 얻어만 먹고 한 번도 안 사는 자, 9. 남의 술자리에 제 친구 데리고 가는 자, 10. 술자리에서 축사나 건배사를 길게 하는 자 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하나 더 소개하면, 세종대왕께서 내린 계주교서(誡酒敎書)에 있는 유시계(酉時誡), 현주계( 玄酒誡), 삼배계(三盃誡). 술은 저녁(6)에 마실 것과, 맑은 물과 함께 마실 것과, 석 잔만 마실 것을 지키게 한 것이다. , 낮에는 술 마시지 말고 일에 열중할 것이며, 물과 함께 마심으로써 취하지 말 것이며, 석잔 이상 과음하지 말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이상의 네 가지 중 나도 술꾼이기에 여기에 나의 모습 비춰가며 채점을 해 보면, 농담이지만 종합 점으로 에는 해당 될 것 같다. 그러나 술이 좋아 술 마시는 사람이 일일이 이런 것, 저런 것 재가며 마실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나는 나 나름대로 세 가지 요소만 갖추면 술자리를 즐긴다. 첫째 같이 술자리 할 사람으로는 나와 술 취향이 맞는 사람, 둘째 안주는 고기류이여야, 셋째 술은 소주나 배갈이다.

   그런데 어느새 산수(傘壽)를 넘기다 보니 저세상 간 술벗들도 많고, 있어도 그 특상 급의 술 실력을 자랑하던 술벗들이 한 두 잔술로 족하거나 아예 단주의 처지가 된 친구도 많다. 술도 인생도 세월 앞에는 다 굴복하고 마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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