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장수의 꿈은 이루었건만

문석흥 2019. 3. 10. 17:32

장수시대의 꿈은 이루었건만

 

 

   요즘은 어디를 가나 고령인구가 많아 졌음을 쉽게 본다. 그러면서도 외모로 보나 자세로 보나 건강해서 고령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보아도 경로석이 언제나 만석이어서 종점역이 아닌 경우에는 좀처럼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런 경우, 서서 가면서도 서야할 위치가 난감할 때가 있다. 일반석 쪽에 서려하니 이미 앉아 있는 젊은 승객들에게 마치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처럼 보여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노인석 앞에 가서 서서가려니 앉아가는 노인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결국 복잡한 출입문 쪽에 서서 가기도 한다.

   근래에 와서 노인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나다 보니 노인들의 외출도 많아 졌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지하철은 무임승차에다 좌석까지 지정되어 있으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지하철 여행을 즐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1호선 신창행을 타보면 천안 역을 자나면 차내에는 거의 다 노인들인데 이 노인들은 온양온천역에서 내린다. 온양에는 예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인데다 지하철이 무임이요 서울에서 와도 불과 2시간 남짓한 거리니 온천욕도 즐기고 시장 내 실비의 푸짐한 곰탕과  반주도 즐기며 하루 시간 보냄에 안성맞춤이 아닌가. 그러잖아도 온양역에 내리면 여기저기서 소개꾼들이 따라붙으며 식당, 온천탕 등을 안내하는 바람에 이를 뿌리치는 것도 고역이다. 또 역전 마당에는 가설무대가 설치되어 노인들을 위한 쇼도 벌어진다. 이러다 보니 온양의 거리는 노인들의 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뿐이랴, 전 철안은 여름철에는 시원한 냉방으로, 겨울철에는 따듯한 온방으로 사철 바깥 날씨에 관계없이 온도 조절이 잘 되어 있기에 전철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다녀올 수 있다. 그러니 할 일 없이 온 종일 무료하게 집안에 있느니 아침 식사하고 전철탁 경로석에 앉아 공짜로 온종일 여행도 하며 보낼 수 있으니 신선노름이 따로 어디 있으랴. 그래서 지공선사’(지하철 공짜로 타고 다니는 선사님)으로 비유한 노인 폄하의 말이 다 나오지 않았나.

   현재 우리나라의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남자 79, 여자 85세로 평균수명이 81(2017년 통계)라 한다. 이에 비해 1970년 통계로는 남자 58.7, 여자 65.6세로 평균수명 62세로 약 40세의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나 고령인구 분포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위 급에 있다고 한다. 이 추세로 가면 앞으로 2030년에 가면 우리나라 평균연령이 세계 제일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엔에서 정한 고령화의 단계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사회단계이고, 14%이상이 되면 고령사회, 20%이상 되면 초  고령사회로 분류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인인구가 7.25%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2018년에 14.3%로 고령사회로, 2026년에 가면 20.8%가 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26년 만에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되는 경우는 다른 선진국의 고령화에 비해 매우 빠르게 온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경제성장으로 생활환경이 급격히 개선됨에 따라 삶의 질의 향상으로 인한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짧은 기간 동안에 증가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고령 사회를 맞게 된 것이다.

   인간이 장수에 대한 기대와 꿈은 예부터 있어왔다. 중국천하를 통일하고 최초의 시황제가 된 진시황제도 한 가지 장수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신하들에게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에도 3년고개, 3천갑자동박삭 같은 장수에 얽힌 동화와 전설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그런 허황된 장수의 꿈이 아니라 지금은 끊임없는 연구의 결과로 인간 스스로가 장수의 꿈을 현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절에는 환갑까지만 살아도 장수를 누렸다며 환갑 축하연을 호화롭게 치렀다. 그리고 환갑을 넘어 살다가 주검을 맞으면 그 장례를 호상이라 해서 축제의 분위기로 장례를 치렀다. 이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100세 시대를 구가하고 있으니 그토록 원하던 장수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장수시대를 살고 있는 노인들이 과연 축복일까? 우선 국가로부터 노인 복지정책에 따라 여러 가지로 혜택을 받는다. 그렇지만 자식들로부터는 받던 효도는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이다. 핵가족시대와 함께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노부부중 한쪽이 먼저 타계하면 어쩔 수없이 독거노인의 처지가 되고 만다. 떨어져 살아도 자식들이 자주 찾아 뵙거나 전화라도 자주하는 현대판 효심을 보이는 자식들도 있지만, 부모 재산을 일찍 물려받고 전혀 돌보지 않거나 심지어는 재산을 안 준다고 폭행이나 살해까지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렇듯 장수시대에 노인들에게 축복은커녕 4기지 고통(老人四苦)을 맞고 있다. , 빈곤고(貧困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질병고(疾病苦)이다. 현재의 노인들은 장수 1세대 노인들로서 길어진 여생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이 맞고 있는 것이다. 거리에 나가면 리어카나 유모차에 폐지나 버려진 재활용품들을 주어 담아 끌고 다니는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들을 흔히 본다. 장수시대를 맞는 인생2모작을 4고로 마감할 수는 없는 일, ‘자유를 즐김(自由樂)’, ‘시간의 여유를 즐김(時間餘裕樂)’, ‘우대를 받는 즐김(優待樂)’, ‘생존경쟁이 없는 즐김(生存競爭無樂)’四樂으로 사는 2모작이 되어야 할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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