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옷
문 석 흥
요즘은 겨울철이라 그런지 어디를 가나 패딩 옷을 입은 사람을 많이 본다. 패딩(padding)은 외래어 인데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누빈 옷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패딩 옷은 속에 솜이나 캐시미어(짐승의 털로 짠 모직물) 같은 보온 제를 넣고 겉은 포리에스틸 천으로 덮어 누빈 옷이라 보온이 잘 되어 겨울철에 입기는 아주 좋은 옷이다. 그래서 이 패딩 옷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다 입는 겨울철의 필수 옷이 되었다.
누빈 옷으로 말 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도 예부터 입어 왔고 옷뿐만 아니라 아기들 업는 누비포대기, 누비이불도 있었다. 그렇게 보면 우리 선조들도 일찍이 누비의 그 실효성 효율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 누비옷이나 이불은, 누볐기에 여느 홑겹 옷보다는 세탁법이 달라야 한다. 그래서 세탁소에 맏기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 누비옷이나 이불은 속에 솜을 넣어야 하기에 요즘 같이 장비나 기술이 없어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되어 상품으로 구입할 수 없었다. 집에서 어머니들이 일일이 손바느질로 만들어야 했기에 두껍게 정교하게는 누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용하다 보면 가지런히 펼쳐 있던 솜이 뭉쳐서 이리저리 흩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겨울 철 옷으로는 도시의 부유층 외에는 솜바지 저고리 밖에 없었다. 옷을 만드는 데는 복지(천)도 필수다. 그 천도 예전에는 목화에서 뽑아낸 면실로 짠 면직 천(광목}과 삼에서 뽑아낸 베, 누에고치에서 뺀 견사로 짠 비단 정도가 고작이었다.
가끔 지난 초등학교시절 졸업사진을 보면 같은 반 학생 거의 다가 솜바지 저고리 복장이고 양복 차림의 학생은 몇 명 눈에 띌 정도다. 솜바지 저고리를 입으면 춥지는 않으나 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에는 장난도 심하고 움직임도 많아서 곱게 오래 입기는 불편한 옷이었다. 그래서 그 솜바지에 군데군데 ㄱ자로 찢어진 채 하얀 솜이 삐져나온 채로 입고 다니기도 했다. 당시에는 학교의 책걸상이 오래되고 낡아서 게다가 제 때 수리도 안 되어서 못이 튕겨 나온 데도 더러 있어서 바지를 이렇게 찢기기 쉬웠다. 또 겨울철이면 냇가나 웅덩이의 얼음판에서 팽이치고 썰매 타다가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빠지면 영락없이 정강이 부분까지 젖어 이를 말리느라 주변에서 나뭇가지나 태울만한 검부러기를 주어다가 불을 지피고 불가에 서서 말리다 보면 속에 솜도 물을 머금었기에 쉽게 마르지 않아 오래 불에 쬐이다 보면 옷을 누리거나 태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걱정이, 집 들어가면 엄마한테 심한 꾸지람을 듣거나 회초리를 맞을 일이다.
지금 고령세대들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이런 추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발전된 이 시대에 와서는 어디를 가도 이런 겨울철의 어린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보기에도 좋고 보온력이 좋은 패딩 옷에 모든 조건이 잘 갖춰진 실내 시설에서 즐긴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이보다도 더 발전한 세상이 올 것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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