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추억
문 석 흥
세월 따라 변하거나 사라진 게 한 두 가지련만 특히 이 더운 여름을 맞고 보니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그 것도 아마 70~80 이상 세대들에 해당되는 것일 게다. 요즘 문구로 표현한다면, 원두막을 아시나요? 라고 할까, 혹시 모르는 세대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면 ‘원두’는 밭에 심고 가꾸는 참외 수박 오이 호박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원두막’은 원두밭을 지키기 위해 밭머리에 좀 높게 네 개의 나무 기둥을 세우고 중간 부분에 널판을 깔아서 사람이 앉거나 누울 수 있게 하고 기둥위에 해가림을 위한 얄은 초가지붕을 덮고 사면은 막음 없이 바람이 시원하게 통할 수 있게 한, 한 평 정도의 간이 시설이다.
이 원두막에 올라앉으면 사방팔통 바람이 통해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밭에서 잘 익은 참외와 수박을 따다가 먹는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이나 친지들에게는 그냥 맛으로 주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에는 팔기도 한다. 참외나 수박은 여름철 과일로 통하지만 실지는 열매채소에 속한다. 그러나 지난 시절에는 요즘처럼 과학화 된 재배법이 없이 오직 자연 환경 조건에서만 재배되었기에 종류에 따라 계절 특성에 결실이 되기에 그 계절이 아니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재배법이 발달 되어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었는가.
어린 시절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한 겨울에 딸기가 드시고 싶다는 부모님을 위해 눈밭을 헤매며 딸기를 구해다 드렸다는 효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또 하나, ‘아이스께끼’(아이스케익)장수 소년을 아시나요? 다. 네모진 나무 통 속에 밑에 어름 조각을 깔고 그 위에 철제 원통 속에 설탕물을 넣고 나무 젓갈 한 개 꽂고 얼려서 뽑아 낸 아이스케익을 담고 그 무거운 케이크 통에 달린 한 줄에 어깨띠를 한쪽 어깨에 힘겹게 메고 아이스께끼!~~를 위치며 팔러 다니던 소년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등목’을 아시나요? 다. 등목은 한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서 활동하다 보면 온 몸에 땀이 흘러 옷이 땀에 젖을 정도가 된다. 이럴 때 마당 가운 데 있는 우물 전에 서 땀에 젖은 윗옷을 벗고 허리만 깊숙이 굽혀 양팔과 다리를 우물 전에 받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시원한 우물물을 퍼서 등에 부어 주는 등만의 목욕법이다.
지금은 이런 모습들을 볼 수도 없지만 이런 시절이 불과 6~70년 전이다.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먼 옛 날의 동화 같이 들리지도 모를 게다. 유난히도 더운 이 여름을 견디며 지난 시절의 여름나기를 추억해 본다.
'수 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따라 계절따라 (4) | 2025.08.05 |
---|---|
오지않는 제비 (4) | 2025.08.04 |
일본 홋가이도 여행 (5) | 2024.08.28 |
패딩 옷 (0) | 2024.03.12 |
가을이 간 후 생각나는 제비 (1) | 2023.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