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문석흥 2013. 11. 28. 16:05

그저 그러려니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눈에 띄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들이 유쾌함보다는 불쾌하고 짜증스럽고 때로는 화가 나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그러려니 하고 이내 감정을 사기며 덤덤하게 지나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정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집 앞을 쓸고자 비를 들고 나서면 보도에 널려 잇는 것이 대부분 일수 돈을 쓰라는 카드, 대리운전을 알리는 전단지, 성매매를 유혹하는 전라의 여인 사진 카드들이다. 이런 것들은 비에 잘 쓸리지도 않아 일일이 손으로 주어야 한다. 
  길 가에 주차해 놓은 차량들의 창틈에도 와이퍼의 틈에도 어김없이 이런 종류의 카드나 전단지가 끼워져 있다. 그뿐이랴 건물 벽면이나 담장, 전주, 어디이건 공간만 있으면 어김없이 각종 선전 포스터들이 도배하듯 붙여진다. 공간이 좀 넓다 하는 곳에는 같은 내용의 포스터들을 여러 장 연이어 붙여 놓는다. 이들은 접착력이 강한 풀로 붙여서 좀처럼 떨어지지도 않는다. 
  낮 시간에 노인들이나 부녀자들이 자치단체로부터 소정의 수고비를 받고 이 포스터나 전지 카드 등을 떼거나 줍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포스터는 워낙 강풀로 붙여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그 얼룩진 흔적들이 오히려 더 휴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또 가게 앞에는 여러 형태의 입간판이 일부나마 보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인도를 가로막고 주차하고 있는 승용차도 있다. 게다가 깜작 놀랄 정도로 요란한 경적을 불필요하게 울리며 거리를 고속으로 곡예 하듯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차량 상인들의 마이크 소리도 한 몫을 한다.  이런 무질서한 거리의 풍경들이 불쾌감을 주고 짜증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사람들의 양심은 도대체 무언인가? 또 이런 불법 행위들을 다스릴 법규도 있으련만 왜 시정도 근절도 되지 않는 것인지?  그저 속수무책으로 방관만 하는 듯 한 행정기관의 무력함도 개탄스럽다. 
  우리나라가 세계 교역 규모 12위요, 경제 규모 13위를 자랑하면서 그에 걸맞는 시민의식이나 거리질서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성매매를 유혹하는 전라의 여인 사진 카드만이라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눈에 띠지 않도록 철저한 단속과 근절책이 발동되었으면 한다. 
  세계 중심도시를 내 걸기 전에 작은 일인 것 같지만 깨끗하고 명랑한 거리, 교통질서만이라도 잘 지킬 줄 아는 시민의식과 항상 살피며 시민의 안녕을 지켜주는 행정력이 구석구석이 미치는 사회가 먼저 요망 된다. 
  그러나 언젠가는 되겠지 하고 불쾌하고 짜증스럽고 화나는 일 다 잊어버리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오늘도 덤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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