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핼로 오케이

문석흥 2013. 11. 28. 16:14

햏로 오케이


6.25 전쟁 중에 떠돌았던 믿거나 말거나 한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농촌 마을에서 마을 청년들이 새신랑을 다느라 방망이로 발바닥을 때리면서 이런 저런 주문을 하며 호령을 하고 새신랑은 아픈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는 등 한바탕 떠들썩했다. 
  이 때 지나가던 미군 병사가 이 처음 보는 해괴한 광경을 보고 청년들을 향해 하는 말이 “노오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물으니 청년들은 말귀도 못 알아듣고 영어라고는 아는 게 ‘오케이(ok)'밖에 없는 터라 “오케이”라고 했다. 이에 미군 병사는 이 매달린 새신랑이 인민군인 것으로 알고 즉시 메고 있던 총으로 새신랑을 쏘아 죽였다는 것이다. 
  실화인지 풍자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간단한 영어 단어 하나의 뜻을 알지 못 해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8.15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이 땅에서도 미군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누구나 쉽게 익힌 첫 영어가 ‘핼로(hallo)’와 ‘오케이(ok)’였다. ‘핼로’는 그 본뜻을 떠나 미군 전체의 상징이요, ‘오케이’는 마치 영어 전체를 아우르는 만능키 같은 말로 사용되었다. 
  그 당시 미군을 상대로 하는 여성들은 학벌이 없었어도 미군들과 영어를 아주 잘 구사했다. 그런가 하면 종. 고등학교, 대학을 다니면서 영어를 배웠으면서도 미군들과 만나면 영어 한 마디 못하고 도망치면서도 미군상대 여성들의 영어를 브로우큰 잉글리시(broken English)―엉터리 영어-라고 비하했다. 
  학교에서 열심히 영문법을 배우고 문장 해독을 잘해서 영어시험에 100점을 맞고 고등학교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우리의 영어 교육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맞아 문장 해석이나 하는 벙어리 영어, 눈치로 하는 핼로 오케이 영어보다는 제대로 듣고 말하는 영어가 절실해 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영어공교육을 선언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누구나 생활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생활영어가 학교 수업시간에서만 배우고 사용하고 밖에 나와서나 가정에 와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영어를 실용화 할 정도가 되려면 일상적으로 어디서고 누구와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영어권 나라에 가서 여러 해 살든가 아니면 영어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사회분위기가 되어야 되지 않겠는가? 
  과거 미군 상대 여성들의 영어를 ‘브로우큰 잉글리시’라 하여 비하 했지만 실은 그 영어가 실용영어요, 생활영어인 것이다. 그들은 미군들과 생활을 같이 했기에 가능 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도 비영어권 국가로서 영어 잘 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국어의 가치는 그 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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