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천국
요즘 무슨 은행이요, 한국통신이요 하면서 카드 연체금이 얼마가 밀렸고 통신요급이 얼마가 체납되었으니 자세한 것을 알아보려면 9번을 누르라는 전화를 가끔씩 받는다. 그런 사실이 없는데 생뚱맞게 이런 전화를 받으면 우선 확인하고자 9번을 버튼을 누르면 영락없이 관등 성명을 깍듯이 대는 직원이 전화를 받으며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계좌번호, 비밀 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선 겁도 나고 황망한 나머지 별 의심 없이 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나 미심적은 마음에 정신을 가다듬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확인한다. 이미 현금이 인출되어 나간 것을 보고서야 사기임을 알고 가슴을 치며 분한 마음을 사길 길 없어 한동안 절망과 실의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많다.
정보 통신 전산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금융기관 간에도 전국이 또는 국제간에 온라인화 되어, 앉아서 쉽게 입출금이나 계좌이채가 가능해져서 신속하고 편리해 진 것 까지는 좋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하여 사기행각을 벌여 선량한 은행 거래자들이 엄청난 금전의 도난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렇게 억울하고 분할 때가 어디 또 있겠는가.
이런 전화 사기가 이젠 거의 들어나 웬만한 사람은 다 알아 차리고 이런 전화를 받아도 쉽게 속지 않지만 그래도 교묘한 그 언어적 마수에 순간적으로 속아서 당하고 마는 경우가 아직도 있기에 여전히 이런 전화가 걸려오는 게 아니겠는가?
동서고금을 통해서 그 유형만 다를 뿐이지 사기꾼은 있어왔다. 우리가 잘 아는 봉이 김 선달도 실존 인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기꾼이 아니던가. 그래도 김 선달은 일단 자기 돈을 먼저 걸어 놓고 허무맹랑한 수법으로 남의 돈을 챙긴 것이다.
그 유명한 대동강 물을 거금을 받고 팔아먹은 것도 처음엔 물길이 장수들에게 술도 사 주고 엽전 두 닢을 먼저 준 후 대동강 물을 길어 갈 적마다 한 닢씩을 받아낸 것이다. 물길이 장수들은 결과적으로 한 닢 씩 득을 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서울 선비가 봉이 김 선달에게 그 권리를 팔 것을 제안하자 배부른 흥정을 하며 거액을 받고 팔아넘겼다는 얘기다.
풍자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봉이 김 선달은 그래도 작란 끼가 있는 사기꾼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시대의 전화 사기꾼은 악랄한 사기꾼이다. 외국에서 국내 전화 가입자에게 전화를 해서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국내 사기꾼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가는 수법이다. 이들의 이런 사기 수법을 뻔히 알면서도 잡을 길이 없다니 더욱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수법의 사기꾼이 나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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