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야수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

문석흥 2013. 11. 28. 16:29

야수(野獸)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 


  TV 프로그램 중에 ‘동물의 세계’를 보다 보면 그들의 삶 속에서도 우리 인간들이 배울 바가 있음을 발견한다. 아프리카 초원 야생의 삶 속에는 오직 약육강식(弱肉强食)만이 존재할 뿐 인정이라고는 찾아 볼 길 없는 살벌한 세계이지만 그래도 모성애만큼은 사람 못지않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갓 난 알이나 새끼를 어미가 안전한 곳에 둥지를 틀고 앉아 식음을 전폐하면서까지 품고 보호하는 모습, 어미가 먹이를 잡아먹고 와서는 다시 토해 내서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 적이 나타나면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 저항하며 끝까지 새끼를 지키려는 그 희생적인 모성애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데리고 야생으로 나와 어미는 먹이를 사냥하는 장면을 새끼들 앞에서 보여주며 새끼들에게 자연스레 사냥의 체험교육을 시킨다. 그렇게 하면서 새끼들에게 자립능력을 어느 정도 터득 시킨 후 냉혹하게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 야생으로 내 모는 것이다. 새끼들은 이 순간부터 어김없이 홀로서기를 하며 미숙하지만 자신의 살길을 개척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우리의 모습과 다른 점이며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몇 해 전 어느 일간지에서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회사의 ‘웨인 첨리’라는 사장이 쓴 <한국부모 미국부모>라는 칼럼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는 칼럼에서, “한국 부모는 대학․ 대학원뿐 아니라 자녀가 결혼할 경우 결혼 비용은 물론 아들의 경우 살 집까지 장만해 준다. 한국은 주거비용이 높은 나라인데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연령이 되고 그럴 능력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전셋집을 얻거나 집을 사주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심지어 자식이 결혼한 후에도 매달 자식에게 용돈이나 생활비를 대주는 부모도 볼 수 있다. 한국의 부모는 자식에게 무척 관대한 사랑을 베푼다.”라고 했다. 우리의 현실을 잘 지적한 말이다.
  자식을 어려서부터 어미와 함께 외국 유학을 보내고 쓸쓸히 사는 ‘기러기 아빠’, 자식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나 파출부를 하는 엄마가 있다는 얘기는 작금의 얘기가 아니다. 학원이나 과외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고 유학 보내고 결혼할 땐 집 장만까지 해줘야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 것인지. 자식들도 성장하면 그의 인생이 있고 그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성취하며 사는 데서 인생의 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야수들이 새끼가 자립할 때까지는 모성애를 최대한 발휘하고 어미의 책임을 다 하여 자립 능력을 길러준 후에는 가차 없이 야생의 세계로 내 몰듯, 또한 ‘웨인 첨리’사장이 지적한 말처럼 우리의 부모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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