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무정
만약 앞서 가신 선조님들께서 요즘 환생하셔서 그 분들이 생전에 살으셨던 농촌 마을 고향에 와 보신다면 어떤 느낌이셨을까? 또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그리고 제일성으로 무슨 말씀을 하실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기가 어딘가? 내가 살던 곳이 맞나? 야! 천지가 개벽했구나! 라고 했을 것 같다. 사립문 움막집, 초가집, 우마차, 지게, 쟁기, 짚가리, 외양간, 등은 다 간 곳 없고 성벽 같은 아파트에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바뀐 마을 앞길과 농로에는 경운기와 이앙기, 트럭이 누비고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농촌뿐이랴, 읍내만 나가 봐도 그 옛날의 서울 구경이나 간 것 같은 착각을 하셨을 것이다.
지금부터 약 58년 전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시절, 1인당 국민소득 6불의 세계에서 가장 빈곤했던 이 나라였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 규모가 세계 11,2위권에 들었고 국민소득이 2만불에 이른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음은 자타가 다 인정하는 바다. 지금도 끊임없는 개발, 재개발을 통해 산하와 문전옥답이 공업단지로, 현대화된 신도시로 탈바꿈되어가고 있으며 철도와 도로는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놓았다.
국토환경만 이렇게 변했는가? 사람들의 생활환경이나 삶의 질도 엄청나게 발전 변화한 것이다. 지난날 솜바지 저고리에 짚신, 보리밥에 김치, 군불 때는 온돌의 초가집, 이랬던 우리의 의식주 생활은 이제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지금은 예서 또 한 단계 높여 사람들의 신체와 용모도 수술을 통해 새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배고팠던 시절 대머리지고 얼굴이 벌질 번질 기름이 돌고 배가 불뚝 나온 D라인의 중장년 사장들의 모습을 보고 무두들 흠모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정 반대가 되었다. 풍만한 몸매는 천시 당할 정도이고 S라인이요, V리인 이요 해서 마르고 강파른 몸매와 용모를 알아주고 그 것이 미인의 기준이 되었다. 이목구비도 수술을 통해서 끊임없이 바꿔가고 있다. 이것도 결국은 개발이 아닌가.
요즘은 새 신랑 신부가 될 사람들이 예식장에 나오시는 양가 부모님들을 좀 더 젊게 보이게 해 드리기 위해서 예비 장모님, 시모님 얼굴 성형 수술 비용을 예단 속에 포함시켜 보낸다는 얘기를 어느 TV프로에서 보았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증자(曾子)가 가르친 이 부모에 대한 효도의 길도 이젠 개발과 발전의 거센 물결 속에 다 묻혀 저 버렸다.
오기택의 ‘고향무정’이란 노래 끝 구절에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 있네.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젠 ‘잡초에 묻혀 있네’를 ‘아파트에 묻혀 있네’로 바꿔 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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