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스승의 날의 스승의 마음

문석흥 2013. 11. 28. 16:36

스승의 날에 스승의 마음



스승의 날 아침에 전에 함께 근무했던 후배 선생님으로부터 안부와 감사의 문자가 왔다. 뜻밖의 문자를 받고 보니 너무도 반갑고 고마워서 나도 즉시 감사와 격려의 답글을 전했다.
요즘은 휴대 전화가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자로 손쉽게 뜻을 전할 수가 있어서 시간이 없다, 바쁘다 하는 소리는 그저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옛날이어서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세대들이거나 학교는 다녔어도 노령에 들어 스승님이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한 경우 외에는 스승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게다. 스승은 나를 가르쳐 주신 분이기에, 낳아 주신 부모님 은공 못지않게 가르쳐 주신 그 은공 또한 평생토록 잊지 않고 기리며 보답하는 것이다.
근래에 와서는 ‘스승의 날’로 정해서까지 현재 재학생은 물론 전 국민이 다 같이 이 날 하루만이라도 스승을 기억하고 잊혀 가는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며 기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시키고 있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런 은혜와 존경으로 가득한 스승의 날이 언제부터인가 촌지라는 오명으로 얼룩지면서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때 교육부장관의 명으로 스승의 날 학교 교문을 닫아걸게 하고 교문에는 촌지사절과 학부모 출입을 금한다는 공고문을 내 건 적도 있었다. 또 학교에 따라서는 이 날 휴교를 한 경우도 있어 왔다. 그래도 금년 스승의 날은 휴교한다는 학교는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이번엔 일 부 백화점에서 스승의 날 상품권 코너를 만들어 놓고 10만원에서 50만원에 이르는 상품권을 판매를 하고 있다. 상품의 내용도 다양하게 소개를 하며 택배까지 한다는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장사의 머리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스승의 존엄성을 상품화 한다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한다. 문제의 촌지라는 것도 치맛바람 학부모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동안 잠잠해 지는 듯 하던 그 치맛바람의 망령을 이번엔 백화점 상품권으로 되살려 내려하고 있으니 또 마음이 상한다.
늘 가르치며 대하는 사랑tm런 어린 제자들에게 선생님들이 무슨 그런 상품권이나 촌지를 바라겠는가? ‘선생님 감사해요, 사랑해요’라는 문자나 인사 한 마디, 꽃 한 송이면 족하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선생님 가르침 잘 받고 마음 상하게 하는 일  안 저지르면 그 것으로 흐뭇한 것이다. 그리고 후일에 성공하는 제자가 생기면 더욱 보람을 느낄 뿐이다. 진정 스승의 은혜를 보답해야 할 제자는 재학생 어린제자가 아니라 졸업해서 사회의 역군으로 활동하는 옛 제자들이어야 할 것이다.
이젠 제발 스승의 날에 스승님이 촌지나 상품권 때문에 본의 아니게 씁쓸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보내지 않게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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