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어린 시절

문석흥 2013. 11. 28. 16:34

어린 시절


  누구나 다 나름대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게다. 같은 문화권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그 추억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지금 7,80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이란,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6.25 전쟁을 겪으며 불운의 시절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이나 문화의 혜택은 아주 취약한 상태라 의식 수준도 낮았고 중등이나 대학교육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를 할 사이도 없이 꼴을 베어오거나 이런 저런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당시 농촌 마을에는 전기가 없어 석유등잔을 사용 했고 석유도 등화용으로 배급을 타다 썼기에 석유를 절약하느라 등잔 심지도 최소한 낮춰서 불을 켰다. 시험 때가 되어 밤늦게 등잔 밑에서 공부라도 하다보면 어김없이 석유 닳는다는 어른들의 주의를 듣곤 했다.
또래들 끼리 놀이를 해도 골목길에서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자치기 정도이고 여름철이면 개울에 나가 벌거숭이로 멱 감고 겨울이면 얼음판에 나가 썰매타기나 팽이치기를 하며 놀고 밤이면 귀신잡기 놀이가 고작이었다.
  이에 비해 요즘아이들은 어떤가? 역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교육 문화의 혜택도 최대한 누리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 있지도 않으려니와 웬만하면 다 대학까지 다닌다. 옛날처럼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을 시키고 밤이면 석유 닳는다고 공부도 못하게 하는 부모도 없거니와 오히려 학교 공부 끝나면 학원으로 몰아세운다. 학원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놀이도 전자 게임놀이고 놀이기구는 실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거의 기계화 된 제품들이다. 운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내에서 하기에 골목길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새 정부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지금까지 금지해 왔던 0시 수업, 심야보충학습, 우열반편성, 초등학교에서도 방과 후 영어 수학 과목을 학원 강사를 초빙해서 지도 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자율화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공교육이 부실해서 학원을 찾아야 했고 그러다 보니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이 사회문제가 되어 왔다. 이제 학교자율화가 실행되면 학교에서도 학원 못지않게 학생들의 실력을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지식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요즘 아이들은 분명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옛날 아이들보다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양질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갖가지 경쟁 속에서 심신의 피로가 누적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면 풍요롭진 못 했어도 공부에 압박 안 받고 자연 속에서 아무런 경쟁의식 없이 천진스럽게 동무들과 뛰놀았던 7.80대들의 그 어린 시절이 더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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