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의 감동
낯모를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을 받았다.
그 여인은 전화를 받는 나의 이름을 확실하게 확인하고는 자신의 신분을 비로소 밝혔다. 자신은 모 기관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인데 사무실 책상을 닦으며 무심코 책상위에 놓여 있는 책을 보니 책 표지에 ‘문석흥 수필집’이라는 활자가 선 듯 눈에 들어 왔다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표지를 열어보자 스냅 사진과 약력이 있어서 살펴보았더니 문석흥 선생님이 분명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생님 사진을 보니 아주 멋지시고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며 마침 전화번호도 있어서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수필집을 서점에 나가면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제자인 것을 직감한 나는 그에게 이름과 졸업년도를 물었더니 69년도에 졸업한 000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일한다는 기관은 내가 조정위원으로 있는 곳이다. 나는 그에게 책을 보내 줄 것을 약속하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69년도에 중학교를 졸업했으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졸업생이고 나이로 보아 55~6세는 되었음 직 했다. 그런데 그 때 선생님의 이름 석 자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인가? 기억할 정도가 아니라 우연히 이름 석 자를 보는 순간 너무도 반갑고 감격해서 즉석에서 전화까지 했는데 나는 그의 이름을 듣고도 기억이 아름아름 했으니 미안한 감이 들었다.
나는 그 제자를 확인하고자 그 무렵 사용했던 교무수첩과 앨범을 꺼내 찾아보았더니 그는 졸업반이었던 3학년 때 내가 담임을 했던 직접 제자였다. 앨범에서 그의 사진을 보자 학생 시절 그의 모습이 기억이 났다. 그가 책표지에 인쇄된 나의 이름 석 자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서 전화로라도 내 음성을 듣고 싶었으며 어린 시절 선생님을 보는 것 같은 벅찬 감정이었을 것을 생각해 본다. 이런 감정이 바로 사제 간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요즘 수필집을 내면서 나를 아는 여러 문우들과 지인들에게 졸저지만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드렸다. 받아 보신 분 대부분은 축하와 감사의 답신을 메일로 우편으로, 전화로, 보내와 감사한 마음과 함께 보람과 용기를 얻고 있음도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이번에 낸 수필집의 표제로〈한마디 말이 모자라서〉를 택했다. 그 본문 중에서,
'여유 있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 하나는 모두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고 자신의 마음도 편하게 해 준다. 한마디 말이 모자라서 미움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40년 전 은사에 대한 정을 아직까지 지니고 있는 그 제자에게 깊은 고마움과 감동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