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부부의 날-發

문석흥 2013. 11. 30. 09:28

부부의 날-發


   지난 5월 21일은 ‘부처님 오신 날’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날이 또 ‘부부의 날’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니 부부의 날이 있었는지조차도 그동안 몰랐었다.
  달력을 보다 보면 붉은 숫자로 된 날만 공휴일이라서 관심이 가지 그 밖에 여러 기념일은 익히 알려진 날 이외의 날은 무관심하게 넘어가기가 일수다.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출근이라는 스트레스와 피로감 때문에 주중에 공휴일이 있으면 그처럼 반가울 수가 없다. 운 좋게 연휴일로 이어질 때는 더 말할 게 없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도 부부의 날 과 겹쳐 3일 연휴이니 즐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황금의 연휴가 아닌가.
  5월은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이라 해서 이와 관련되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어 가족의 정과 은사에 대한 은혜와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의미 깊은 달이기도 하다.
  한편, 부부의 날이 있었음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왠지 아내에 대한 미안한 감이 들었다. 21일로 정한 것은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는 데서 더욱 의미를 새기게 해 준다. 다행한 것은 아내도 부부의 날이 있다는 것을 몰랐음이다.
  부부란 무엇보다도 금실이 좋아야 함이 아닌가. 그러나 부부간에 금실이 좋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상에 불과 한 것이고 아마도 사소한 싸움이 더 잦으리라 여겨진다. 싸움도 싸움 나름이겠지만, 부부간에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도 한다. 그만큼 깊은 싸움이 아닌 사랑싸움이란 뜻인데  물도 벨 수 있는 칼이어서 인가 때로는 헤어지는 싸움이 되는 수도 있다.
  나는 결혼 주례를 할 때마다 부부가 될 신랑신부에게 빼놓지 않고 당부하는 말이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 했으니 늘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한 몸처럼 살라고 한다. 뜻이 안 맞을 때는 서로 처지를 바꿔서 나보다 상대편을 먼저 생각하고 헤아리라고 한다. 그리고 함께 있을 때에는 언제나 대화를 하라고 한다.
  그러나 예식장에서 이런 교과서 같은 주례사를 귀담아듣는 신랑신부가 몇이나 되겠는가. 나도 주례할 때는 이렇게 말하지만, 솔직히 늘 그렇게 하며 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금과옥조 같은 성현들의 말씀, 동서고금을 통한 수많은 명언, 명구들을 알고는 있어도 실행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남을 배려하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는 칭찬의 좋은 말로만 대화한다면 싸울 이유도 없고 부부간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남과의 인간관계도 원만할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만 한다면 이 세상에는 싸움이 없는 진정한 평화가 유지되는 천국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적절한 싸움과 미움은 나름대로 긴장과 흥분을 유발하기도 하고 또 화해와 용서를 통해 새로운 정과 기쁨을 맛볼 수도 있어 이런 변화의 주기가 있음으로써 삶의 묘미가 있지 않겠는가.
  부부란, 생물학적으로 보아선 혈연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남남 간이다. 그러나 결혼을 통해 함께 살면서 자녀를 낳고 키우다 보면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 없는 인연으로 평생을 한 몸처럼 살아가는 관계이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같은 혈연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돌아서면 남이 될 수도 있다.
  2와 1, ‘둘이 하나 된다.’라는 의미가 담긴 5월 21일 ‘부부의 날’을, 이제부터는 잊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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