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과 세시음식
하지(夏至)가 지났으니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초복(初伏)을 맞게 된다. 초복을 지나면 10일 가격으로 중복, 말복을 맞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庚)일이고 중복은 네 번째 경일이고, 말복은 입추가 지나 첫 번째 경일이다. 이 삼복을 지나는 동안이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이라 하여 삼복더위라 한다.
삼복 풍속으로, 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가게 하였다 한다. 또 더위를 피하려고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과일을 즐겨 먹고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간 계곡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며 하루를 즐겼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삼복 때를 ‘개의 날(dogs day)’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하늘의 별 중에 가장 밝은 별이 겨울철에 남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다. 시리우스는 큰개자리 별 중 가장 밝은 별이다. 이 별이 삼복 때가 되면 태양과 같이 떠오른다. 서양 사람들은 삼복 때 특별히 더운 것은 태양의 열기와 가장 밝은 큰개자리별의 시리우스의 열과 합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개의 날’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이 복날을 개의 날이라고 하는 것과 우리의 복날의 개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삼복 중 세시음식으로 더위에 지친 기력을 충족시키기 위해 개장국을 먹어왔다. 허준의‘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액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온(溫)하게 하고 양도(陽道)를 일으키며 기력을 증진 시킨다.’라고 기록되었다.
이 밖에도 여러 세시기에 개고기의 효능과 복중에 개장국을 세시음식으로 즐기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대개가 조양(助陽), 보허(補虛)의 효능이 있음을 설명했고 특히 황구(黃拘)의 고기가 사람을 보하여 개중에도 황구를 일등품으로 여겼다.
영양 면에서도 개고기가 사람의 근육과 가장 가까운 아미노산 조성을 하는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찬물에 씻으면 기름이 엉겨 붙으나 개고기는 그대로 씻겨나간다. 또 동맥경화에 원인이라는 코레스톨도 적다고 한다. 게다가 개장국에는 각종 채소와 양념, 된장이 들어가니 그 영양이 또 얼마나 좋은가. 병을 앓고 난 후 몸조리 하는데도,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지금은 개의 품격이 높아져서 식용육으로 문제가 되어 비공인 식품이기에 보신탕 또는 영양탕, 사철탕 등의 위장된 이름으로 먹고 있지만, 예전에는 여름철 보양식 개장국의 고유 이름으로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음식이었다. 지난 1988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88 하계올림픽 때 외국인들을 의식해서 도심으로부터 변두리로 쫓겨났었던 설움도 겪었지만, 지금은 다시 복귀하여 버젓이 간판을 걸고 연중 성업 중이다. 지역마다 유명한 보신탕집이 있어 그런 유명한 집에는 원근 북구하고 보신탕 애호가들이 모여 든다.
인터넷에 오른 어느 수의사의 개에 대한 비인도적인 사육과 도살에 관한 고백서가 떠오른다. TV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본 바로는 병든 개, 유기견, 애완견, 잡견 할 것 없이 마구 잡아서 보신탕집에 공급한다. 그래도 주인은 자기 집 고기는 토종견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토종견이겠는가? 매년 수백만 마리가 보신탕용으로 소비 된다는데 토종견이 그렇게 있다는 건가?
아직 복날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다가올 복날에는 또 얼마나 많은 견공이 죽어갈까?
'수 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례지도(주례)사’ 자격증 (0) | 2013.11.30 |
---|---|
여름철과 반바지 (0) | 2013.11.30 |
부부의 날-發 (0) | 2013.11.30 |
스승의 날 (0) | 2013.11.30 |
황혼에도 낙(樂)은 있어-發 (0) | 2013.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