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와 해피-發
일요일 아침이면 ‘동물농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용 동물들의 이야기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동물들의 지기와 주인을 향한 충성심, 진한 모성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준다.
지난주에 본 어느 개의 모성애 이야기다. 어느 작은 시골 농가에서 ‘자크’라는 예쁘장한 암컷 백구를 키웠다. ‘자크’가 귀여운 강아지를 여러 마리 낳았는데 주인아저씨가 동네 사람들에게 분양하고 ‘해피’라고 부르는 강아지 한 마리만 남겨 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해피’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주인아저씨는 몇 집 안 되는 동네 집집마다 방문하며 해피의 행방을 물었으나 아무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마을 구석구석, 마을 뒷산까지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전혀 아무런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어미 ‘자크’도 ‘해피’를 잃고 슬픈 얼굴을 하며 먹이도 거부하고 그 잘 부리던 재롱도 부리지 않고 물끄러미 먼 곳만 바라보며 엎드려 있을 뿐이다. 맛있는 먹이를 주어도 먹지 않고 오히려 그 먹이를 물고 가서 담장 밑에 숨겨 두고 오곤 했다.
이 이야기가 방송국에 알려져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고 와서 주인아저씨와 함께 ‘해피’ 찾기에 나섰으나 달리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산속에서 어미 ‘자크’의 모습을 발견했으나 어미는 잽싸게 도망치는 바람에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산속 여기저기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크’의 동선을 살피던 중 산 정상 철망 담장 밑구멍으로 들어가서 좁은 콘크리트 배수로 안에 숨어 있는 ‘해피’와 만나는 것이 포착되었다.
이에 고무된 주인아저씨와 취재진과 그리고 동물심리 전문가까지 동원되어 현장으로 달려가서 해피를 찾게 되었다. 그동안 ‘자크’는 주인이 주는 먹이를 먹지 않고 숨겨 두었다가 몰래 숨겨둔 새끼 ‘해피’에게 가져다 먹여 주며 돌봐왔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자크’가 새끼를 낳아 귀엽게 자라고 있을 때 주인아저씨는 해피의 귀여운 새끼들을 하나씩 둘씩 동네 사람들에게 분양하는 것을 어미 ‘해피’는 새끼가 어미 품을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몹시 안타깝고 슬펐던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남아 있는 해피마저 빼앗길까 봐 주인아저씨 몰래 산속에 숨겨 두고 남몰래 키워 왔다는 전문가의 말이다.
어미와 새끼가 인적 없는 산속 배수로 안에서 은밀하게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다가 때가 되면 어미는 새끼를 그곳에 홀로 남겨 두고 집으로 돌아오고 어린 새끼는 그 적막한 산속 차디찬 배수로에서 다음날 어미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그 눈물겹고 감동을 주는 ‘자크’와 ‘해피’의 이야기가 가슴을 짠하게 한다.
흔히 ‘개만도 못하다.’라는 말을 한다. 자식을 낳아 버리는 비정의 어머니, 지난날의 비정상적인 사랑으로 낳아 놓고 버렸던 자식이 자라서 친자임을 주장하고 나서자 한사코 부정하는 아버지, 요즘도 심심찮게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반대로 병든 노부모를 버리거나 살해하는 패륜아도 있다.
오복(五福)이라 해서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있었는데 요즘에 와서는 ‘조실부모(早失父母)’가 하나 더 늘어 육복(六福)이 되었다 한다. 부모의 재산을 좀 더 일찍 상속을 받아서 마음대로 써보자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요즘 사회상을 풍자한 신조어겠지만, 실제로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늘어간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어미 개, ‘자크’의 그 진한 모성애 이야기, 교과서에 실었으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