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람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함께 살아온 동물 중에 개를 빼 놓을 수 없다. ‘개’ 하면, 먼저 주인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점과 가족 외에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필사적으로 대들며 집을 잘 지키는 특성이 있음을 떠올린다. 그래서 여러 가축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가축 중의 하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천시하는 풍조도 없지 않다. 세상의 온갖 못되고 추하고 더러운 것의 대명사로 개를 연계시킨다. 그뿐이랴, 흔히 쓰는 욕설에도 개를 꼭 앞세운다. 개를 천시하는 속담도 많다. ‘시어미 역정에 개 옆구리 찬다.’, ‘개똥도 약이 쓸려면 없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등…….
그런가 하면 특히 여름철이면 서슴없이 잡아서 보양식으로 먹어 왔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88올림픽 때는 전국의 보신탕집이 폐업하거나 도심권을 벗어난 외곽지역으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때 본명인 개장국이 품격을 높여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 등으로 위장되어 지금까지 개명된 이름으로 많은 애호가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개들의 세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개의 종류만 해도 이 땅의 토종인 누렁이, 검둥이, 바둑이는 점점 줄고 여러 생김새를 한 외래종이 들어와 애완용으로 사람 못지않은 대우를 받으며 호강스럽게 살아간다. 개의 호적도 만들고 개에 맞춰 옷과 신발도 신기고 미용과 화장도 시킨다. 개를 위한 식사와 간식과 기호식품 등을 갖춘 개 전문 식품점과 용품점도 있고 전문 병원과 장례식장, 묘와 납골당도 있다. 이쯤 되면 도둑이나 지키고 때가 되면 잡아먹는 개가 아니라 사람과 대등한 인격체로 봐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일반 동물이나 개에 관련된 법도 제정되어 보호를 받게 되었다. 이제는 개에 대한 지난날의 고정 관념을 가지고 함부로 다뤘다가는 큰일 난다. 그야말로 개 값을 호되게 치르게 된다.
요즘, 차에 치여 어깨를 다친 애완견에 대해 보험회사는 치료비 161만 원과 위자료 20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보도되었다. 개 다친대 대해 치료비와 위자료를 주어야 한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별로 들어 보지 못한 얘기지만, 엄연한 법원 판결이니 현실적으로 수용해야 할 일 아닌가. 애초 보험회사에서는 차량 수리비가 차량의 가격보다 많이 나오면 차량값만 배상한다는 점을 들어 다친 애완견의 분양 가격인 30여만 원만 인정하겠다고 했다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판결에서 “애완견은 주인과 정신적인 유대를 가진 존재”라며 “분양 가격보다 높은 치료비를 감수하는 것이 사회 통념에 맞는다.”라고 했다. 이점에 대해서 주의 깊게 들어야 할 것이다. 흔히 값없이 당하는 죽음을 ‘개죽음’이라고 한다. 이젠 이 말도 없어져야 할 것 같다.
해마다 하지를 지난 한여름 7~8월에는 10일 간격으로 3복이라 해서 초복․ 중복․ 말복 날이 있다. 그 이름도 하필이면 개를 상징하는 복(伏)자를 붙인 것일까? 아직도 이날에는 견육 애호가들이 보신탕집을 즐겨 찾는다. 세시풍속으로 내려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양 면에서도 만점이라는 통설이 더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에 대한 인식을 고쳐가야 할 것 같다. 이제는 개의 존재가 애완의 개념에서도 더 격상되어 반려동물이 되었다. 애완이라 하면 예쁘고 귀여워서 사람이 정을 느끼고 즐거움을 얻는 것이라면, 반려는 사람과 교감하며 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양육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 여름에도 또 얼마나 많은 개들이 보신용으로 죄 없이 죽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