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머리 국밥
어린 시절, 어른들 따라 장에 가면 천막 친 간이식당 앉은뱅이 긴 의자에 앉아 어른들이 사주는 국밥을 먹었던 생각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늘 집에서 똑같은 밥만 먹다가 모처럼 별식으로 먹어보는 국밥의 그 색다른 맛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국밥이 바로 소머리 국밥인 것을 커가면서 알았다. 소 뼈다귀나 도가니를 고운 구수한 국물에 소머리고기 수육이 푸짐하게 담겨 있고 하얀 쌀밥을 말아 투박한 뚝배기에 담아주는 소머리 국밥, 여기에 소금을 쳐서 간하고 썬 생파 한 숱갈 넣고 다진 양념을 풀어서 먹는 맛이란, 언제 먹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언제 어디서도 먹을 수 있는 값싸고 영양분 많은 구수한 배부른 음식으로 한 끼 식사로서는 무난한 음식이다. 이 국밥의 핵심인 건더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소머리 수육이다. 이 수육은 소머리를 삶아서 머리뼈로부터 발라낸 고기에서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썰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생각지도 않게 일부 불량 업자들이 도살장에서 잘라낸 소머리를 가져다가 혈관에 고압분사용 밸브가 달린 고무호스를 꼽고 물을 10~15?를 주입하여 무게를 3kg이나 올려 정상 가격보다 2만 원 이상 더 비싼 가격으로 유통시켜오다가 걸려들었다는 보도다. 주입한 물이나마. 온전한 물을 넣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들은 이런 소머리를 수도권 일원 국밥집 60여 곳에 유통시켜서 많은 부당 이득을 보았다는 것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짓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불량품을 아무 것도 모른 채 맛있게 먹고 있는 국밥집 고객들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쾌재를 올렸을 것이다.
지난날 유명했던 소와 관련된 불량 식품 사건을 더듬어 본다.
설렁탕이나 국수의 고기로 사용되는 수구레라는 게 있다. 이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 사이에 있는 지방도 같고 근육도 같은 애매한 얇은 부분인데 이것을 가죽과 근육층에서 분리해 만든 것으로서 이 또한 고기가 귀하던 시절 먹던 싼 서민음식이다. 6.25 전쟁 직후로 생각된다. 폐기된 군화 가죽을 물에 불려서 부피를 불리고 가죽에 착색된 검은 색을 뺀 뒤 여러 가지 화공약품에 담가 부드럽게 처리하여 수구레를 만들어 노점상이나 영세민 식당에 팔아넘긴 사건이다.
또 하나는 도살장을 운영하는 업자가 앞서 소머리의 경우에서처럼 혈관에 호스를 꼽고 물을 주입하여 소 한 마리에 50kg 이상 무게를 늘려 그 무게만큼의 돈을 부당하게 받고 전국에 유통시킨 사건이다. 위의 두 사건은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줄 알면서도 워낙 많이 유통되어 그러려니 하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물 먹인 소고기는 결국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켜 그 악덕업자들은 중형의 처벌을 받았다.
비단 소고기뿐만이 아니라 빨리 자라게 하기위해 농약을 탄 물로 키운 콩나물 사건, 빨리 굳게 하기 위해 공업용 백회를 사용해 만든 두부 사건, 등 사람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을 속임 수를 써서 만들어 팔아먹은 악덕 업자들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생겨나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이런 불량 식품들은 사람이 먹었을 때 건강을 해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독소들이 아닌가? 당장에 돈 버는 데만 눈이 어두워 다른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살인행위나 무엇이 다르랴.
요즘처럼 첨단을 가는 문명시대에 아직도 이런 악덕업자들이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없는 일이다. 벌금이나 물고 2~3년 형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 나오는 정도의 처벌로는 근절하기가 어운 것 같다. 생각 같아서는 더 중한 벌이나 사안에 따라서는 극형에 처했으면 하나 전문가들은 엄중한 처벌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한다.
소머리 국밥 한 그릇이나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날은 언제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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