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낙엽들이 다 내 돈인데요 -發 문 석 흥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P군, 일찍 나왔네, 요즘, 한참 낙엽이 많이 떨어져 쓸어 내기에 힘들겠어.” “아니요, 저 낙엽들이 다 내 돈인데요.” 늦가을, 새벽 운동 길에서 집 앞 도로 가의 낙엽을 쓸고 있던 환경 미화원과 나눈 짤막한 대화였다. 그의 밝은 낯빛에 나름대로 유머 섞인 말이 운동 길 내내 나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었을 뿐더러 걷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 거리를 주었다. 왜, 낙엽을 돈이라고 했을까? 쓸어도 또 쓸어도 계속 떨어져 쌓이는 낙엽, 나라도 짜증이 나고 귀찮아서 당장 빗자루를 던져버리고 싶었을 것이거늘, 그는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무엇이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하며 기운차게 쓰는 것이다. 정말 그의 마음속에는 낙엽을 돈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돈을 쓸어 담는 마음이라면 무엇이 짜증이 나고 귀찮겠는가. 돈의 뒤에는 생계라는 것, 직업이라는 것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나중에 듣고 보니 아들이 대학을 다니고 딸은 고등학생이란다. 지난날 나의 교사 시절이 떠올랐다. 똑같은 단원을 가지고 하루에 네 반 다섯 반을 드나들며 수업을 하다 보면 후반으로 가서는 지루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들이 수업태도라도 진지했으면 좋았으련만,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장난치는 녀석, 조는 녀석, 수업준비도 제대로 안 해온 녀석들이 있어 이 녀석들하고 실랑이를 하다 보면 그 시간 수업량도 다 못하고 끝나기도 하거니와 마음도 편치가 않았다. 때로는 내가 왜 이 길을 택했나하는 후회를 할 때도 있었다. 자기 직업에 만족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한 직장에서 3년 나기가 어렵다는 말이 생겨나오지 안았나 싶다. 한 시간여를 걷고 돌아온 길가에는 여전히 낙엽이 떨어지고 제자 또한 여전히 낙엽을 쓸어 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너무 안쓰러워서 “좀 쉬었다 하지” 그랬더니 그의 대답은 “괜찮습니다, 3-4일만 이렇게 하면 그 후에는 낙엽이 다 지거든요.” 그에게는 지치거나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었고 쉬어가면서 대충하겠다는 태도도 전혀 없어 보였다. 이 미화원 제자는 약 40여 년 전, 내가 중학교 교사 시절 제자였다. 그는 최근 내가 사는 동네 청소 담당을 맡은 50이 넘은 초로의 남자다. 어느 날 새벽 운동 길에 나섰는데 낯 선 미화원이 청소를 하다 말고 나를 보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제자 박ㅇㅇ입니다. 선생님, 참 오랜만에 뵈웠는데도 여전하시고 건강하시네요.”라고 늘 보는 사람한테 하듯 편안하게 인사를 하지 않는가. 처음엔 얼른 기억이 잘 안 났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름 기억은 나지 않았어도 얼굴 모습은 어렴풋이 떠올랐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서 그의 면장갑 낀 손을 덥석 잡고 40여 년 만에 만나는 제자와의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에 만나는 은사를 못 본 체 피하지 않고 자신이 먼저 인사를 하는 데 얼른 못 알 본 내가 부끄러웠다. 그의 얼굴에는 세상살이에 찌든 모습이 영력했다. 깡마른 얼굴에 주름도 많고 머리도 많이 벗어지고 나이에 비해 조로한 모습이다. 나와 같이 있으면 남들이 보기엔 같은 연배로 보기 십상일 정도였다. 환경미화원인 된 제자,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거리청소를 하며 언제 보아도 인사도 잘 하고 명랑한 표정이다. 내가 보기에도 자기 직업에 만족해하며 충실하고 사명감이 있어 보였다. 나는 요즘 그와 자주 길에서 대하면서 사장 명함을 내 밀며 과시하는 제자보다도 오히려 더 친근감을 느낀다. 쓸어도 또 쓸어도 쌓이는 낙엽을 귀찮게 여기지 않고 “저 낙엽들이 다 내 돈인데요.”라고 한, 그 환경미화원 제자의 말이 되새겨지며 그의 진지한 삶의 자세가 마음에 와 닿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