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그렇게 가고 마는 것을

문석흥 2014. 9. 29. 11:17

그렇게 가고 마는 것을

 

 

숱한 의혹과 온갖 비리를 남긴 구원파 신도들의 신적인 존재였던 유병언 교주가 8월의 마지막 날, 장례식을 끝으로 다시 못을 세상으로 그의 존재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지난 416일 세월호 참사 사건 이후 도피 행각을 벌여오던 끝에 지난 612, 순천의 한 매실 밭 풀 숲에서 백골의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시신은 국립과학연구소에 옮겨져 DNA검사 결과 유병언임을 입증했고 사인에 대해서는 끝내 밝혀내지 못한 채 저체온에 의한 자연사인지, 타살인지, 자살인지를 두고 추측과 논란만 무성 했을 뿐, 아무 것도 입증을 못하고 미궁에 빠진 채 수사는 이미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상태이다.

그 동안 구원파에서는 그를 도피시키는데 적극 협조했고 경찰과 검찰은 그를 찾느라 얼마나 많은 인력과 수사력을 쏟아 부었는가? 세월호 참사 사건이후 지금껏 세월호와 유병언에 관련된 뉴스가 어느 하루도 거름 없이 각 언론 매체를 장식했으며 온 나라를 어수선하게 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진도 앞바다의 침몰된 세월호 선체 내에는 10명의 시신을 수습 못한 채 연일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유족들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안도 여·야 대표간의 두 번이나 합의 해 놓고도 유족들 반대로 국회통과를 못 본 채 서로 책임을 밀며 대치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유족 대표는 광화문 한 복판에 천막을 치고 단식과 농성을 하고 있으며 대통령 후보까지 했던 야당의원도 나와 함께 단식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단식투쟁의 당사자인 유민 아빠가 단식을 풀어 다행이나 농성투쟁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당의원들까지 합세해 장외 투쟁을 시작하며 시급한 민생법안을 비롯한 산적한 법률안을 단 한건도 처리 못한 채 임시국회를 마감했다. 이제 9월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세월호법의 통과 없이는 다른 어떤 법안도 통과를 불허하겠다는 야당의 강경한 태도로 보아 순조로운 국회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 모든 것이 세월호의 참사에서 비롯된 것이거늘 그 사고의 진원지는 바로 청해진 해운사의 사실상의 주인인 유병 언임을 이제는 온 국민이 다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 동안 유병 언을 체포하고자 헛수고만 했고 그가 죽는 바람에 그를 법정에 세원 모든 진상을 밝히고 죄가를 가리지도 못하고 그가 남긴 재산조차도 확실히 회수도 못한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으니 이 남은 복잡한 과제들을 언제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유병언이 그 동안 정관계에 펼친 각종 로비의혹 중에도 이미 알려진, 한 개에 1000만 원짜리 골프채를 받은 주인공들은 누구인가? 명단이 나돌고는 있다고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공식으로 발표한 바도 없다. 이상한 것은 세월호와 유병언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하여 언론 보도를 통해 수없이 보도되고 여러 유명 전문가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열띤 성토를 했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어느 누구도 나와 가부간 언급한 사람이 없었다.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던 유병언, 10만 신도들 앞에 구원의 화신으로 존경과 추앙을 받던 유병언도 마지막 길은 쫓기는 신세로 산속을 헤매다가 풀밭에 누워 원인도 모른 채 72세의 나이로 죽어갔다. 마지막 가는 길에 자녀 4남매 중 셋은 외국에서 수배 증에 있어 장례식에도 참석 못하고 겨우 구속 집행 정지로 한시적으로 풀려난 부인과 장남 그리고 형제 3명만이 참석하고 장례가 끝나는 대로 즉시 수감되었다. 그 위대한 종교지도자이자 사업가가 이렇게 비참한 치욕의 말로를 맞을 줄을 그는 몰랐을까? 그렇게 가고 마는 것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란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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