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랑 나라사랑
‘국어사랑 나라사랑’,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지난 시절 많이 보고 들었던 구호였다. 더 말할 것 없이 우리 고유의 한글과 우리말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올바르게 사용하며 가꾸어 나아감은 곧 나라사랑의 길임을 강조한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10월 9일, 한글날을 맞는다. 올 한글날은 세종대왕께서 한글(당시 훈민정음)을 창제하시고 반포하신 1446년으로부터 568돌을 맞는다. 반포할 당시는 음력 9월 상순이었는데 1945년에 양력으로 맞추어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그 이전에는 ‘가갸날’로 불러왔다 한다. 북한에서는 ‘조선글날’이라 하고 기념일은 우리와 달리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1443년 음력 12월을 기준하여 이를 양력으로 고쳐 1월 15일로 기념일을 정하고 5년 주기로 기념한다고 한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문자 중에 하나이면서 세계문자학회에서 시행하는 세계문자올림픽에서 1차(2009년) 2차(2012년) 연이어 금메달을 차지한 기록을 세웠다. 세계 언어학자들도 한글의 과학적인 짜임새와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유네스코에서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토록 우리 한글이 인정받는 데는 한글은 24자(자음14자 모음10자)로, 영어의 ‘알파벳’ 26자, 일본어의 ‘가나’ 48자에 비해 적은 자수로서 같은 소리글자지만, 가나와 알파벳은 300여 개의 소리 정도 표현 못 하지만, 우리 한글은 11,000여 개의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자는 뜻글자로 수천 개의 글자를 가지고 있지만 400여 개의 소리밖에 못 낸다. 이처럼 읽기와 쓰기에 편하고 배우기 쉬우며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글이기에 세계 어느 문자도 한글의 우수성을 따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거리마다 건물에 걸린 간판이나 아파트 이름을 보라. 무슨 뜻인지 잘 알 수도 없는 외국어가 많고, 영문 약자로 된 간판도 많다. 그래서 아파트의 이름이 외국어로 된 이유는 시골 사는 시어머님이 찾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지 않았던가. 동사무소의 간판도 ‘주민 센터’로 바뀌었다. 물론, 국어어문규정에는 외래어표기법이 있어서 그 표기법에 따라 쓸 수가 있다. 그러나 규정을 벗어난 무분별한 사용이 많은 것이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센터’란 말은 영어의 center로 중앙, 중심이란 뜻이고 또 다른 뜻으로는 ‘어떤 분야의 전문적 종합적 설비나 기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라고 사전에 설명하고 있다. 아마 동사무소를 주민 센터로 한 그 센터는 후자의 뜻일 게다. 그러나 어쨌든 온전한 우리말은 아니다. 더 연구를 해서 센터에 맞는 우리글을 찾거나 만들어 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지금은 컴퓨터 시대, 휴대전화 시대가 되어 관공서를 비롯한 모든 일반 사회 각 기관의 문서와 개인의 의사전달문 등은 모두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자판에 의해 작성된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필기구를 가지고 손으로 써서 작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되었다. 이렇게 글씨를 잘 안 쓰다 보니 글씨를 바르게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다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막말, 반말, 저속어, 욕설 등의 표현은 국회의원의 신분으로서 인격을 스스로 손상시킬 뿐더러 자랑스러운 우리의 한글과 한국어의 품격을 추락시키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말과 글을 바르게 사용하며 영원토록 지켜가는 것이 나라사랑의 길임을, 한글날을 맞으며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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