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윤달

문석흥 2014. 10. 20. 18:52

윤달

 

 

   올해는 윤달이 들어 있다. 올해 윤달은 보기 드물게 182년 만에 맞는다는 9월 윤달이라 한다. 양력으로는 10월 후반에서 11월 후반이라 한창 가을이 무르익어 저물어가는 대목이다. 그래서 날씨가 좋아 윤달을 맞아 해야 하는 일들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는 양력과 음력을 함께 사용하기에 음력만이 있는 윤달을 맞게 된다. 양력이나 음력이나 1년 달수는 12개월로 같지만, 통상 양력은 1년이 365일인데 음력은 354일로 약 11일이 모자라서 이 모자라는 날을 모아 3년 주기로 한 달을 더 붙여 윤달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윤달을 덤으로 생긴 달이라 해서 덤달’, ‘여벌달또는 썩은 달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윤달에 관한 여러 가지 속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 지금도 일반 서민들 속에서는 속설을 지켜가고 있다. 윤달에는 우선 귀신들이 휴가 중이라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에 길, 흉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달에는 평달의 귀신이 활동하는 때에 무슨 일을 잘 못했다가 횡액을 맞거나 낭패를 당할 조심스런 일들을 귀신이 없는 윤달에 마음 놓고 하는 것이다.

   윤달에 해서 특히 좋은 일로는 수의(壽衣)를 만드는 일이다. 윤달에 수의를 만들어 놓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는다. 또 윤달에 이장이나 파묘를 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부모나 선조의 묘를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해 모시는 풍습을 지켜왔다. 그래서 묘는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윤달에는 시신을 거꾸로 모셔도 탈이 없다고 해서 마음 놓고 이장이나 파묘 화장을 한다. 또 윤달에는 이사나 집수리도 많이 한다. 이 또한 잡귀가 간여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윤달에는 아기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 윤달이 산달이면 미리 낳거니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기의 생일이 3년마다 오는 윤달에 맞기 때문이다. 또 윤달에는 결혼식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조상신들이 식장에 오시지 않기에 조상님들의 음덕과 축하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토록 윤달은 귀신들이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百事不忌(백사불기), 모든 일을 꺼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속설에 따른,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이와 관련된 상인들의 교묘한 상술에 넘어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신문보도에 의하면, 모 상조회사가 값싼 중국산 수의를 한국산 고급품으로 둔갑시켜 가입자들에게 속여 고가로 팔아 2009년부터 지금까지 74억 원이나 부당 이득을 취해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한다. 수의는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으로 흔히 삼베로 만든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일상복으로 값싼 삼베옷을 많이 입었지만 요즘은 삼베옷을 안 입기에 삼배를 재배하지 않을 뿐더러 마약의 원료라 해서 아무 데서나 재배가 허용되지 않아 귀한 직물이 되었다. 그러나 수의만큼은 삼베로 만들기에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화학사로 섞어 만든 저질품도 있지만 자손된 도리로서 부모님 마지막 가는 길에 싼 저질의 수의를 입혀드릴 수없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비싼 값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로서 수의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옛날에도 수의는 평상시에 입는 옷감으로 만들었다. 다만 고위 계층이나 부자들은 비단으로 수의를 만들었고 가난한 서민들은 늘 입던 값싼 삼베로 만들었다. 그렇거늘 이 시대에 와서 입지도 않는 삼베로 구태여 수의로 만들 이유가 있겠는가. 평상시에 즐겨 입던 옷 중에 좋은 것으로 골라 수의로 이용해도 될 일 아닌가. 지금은 화장이 70%가 넘으며 계속 증가 추세임을 감안하면 비싼 수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의에 대해서는 미리 유언이라도 해 둠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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