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수능과 어머니들의 기도

문석흥 2014. 11. 20. 06:50

수능과 어머니들의 기도

 

 

   11월은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이 있는 달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의 마음은 수험생보다도 더 애를 태운다. 불도들은 사찰에서, 기독교도들은 성당이나 교회에서 연일 철야 기도를 올리며 정성을 다한다. 이런 모습들이 취재 대상이 되어 시험 날자가 다가오면 TV화면에는 애타게 염원하며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비쳐진다.

   자식들이 잘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감내하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강한 모성애를 세계 어느 나라 어머니들이 따라오랴. 모두가 다 맹자의 어머니요, 한석봉의 어머니가 된 듯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런 현상은 왜 어머니 쪽에서만 더 강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동물의 세계에서 보면 수사자가 제 어린 새끼를 물어 죽이려는 것을 암사자가 이를 저지하고자 악착같이 달려들어 처절한 싸움을 벌이면서까지 새끼를 보호하는 모습을 본다. 이런 속성으로 보아 사람에게도 부성애보다는 모성애가 더 강하게 나타남이 아닐까?

   지금은 특수 목적 고등학교나 지방의 비평준화 지역을 제외하고는 평준화 시책에 의해 거의 무시험 추첨 배정으로 중고등학교를 입학한다. 그러나 한 때 중고등학교에서도 입학 시험을 치른 시절이 있었다. 일류 학교일수록 경쟁률이 높아 불합격자가 많이 발생했다. 이때에도 어머니들의 자식 합격을 위한 정성과 염원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경쟁률이 높은 학교의 교문 기둥이나 철문에는 갱엿을 녹여 철석같이 붙여 놓기도 하고 교문 앞에, 돼지 머리와 북어를 상에 받쳐 놓고 고사를 드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수능 고사장에서는 수험생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다 입실하고 나면 고사장 학교의 교문은 굳게 잠기고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이 모두 끝나는 오후 6시까지 교문 밖에서 서성이며 초조한 마음으로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들이 많다. 이 시간만큼은 추위도, 배고픔도, 피곤함도 다 잊은 채 오직 자식이 시험을 잘 치르기만을 빌고 또 빌며 간절히 기도를 할 뿐이다.

   그  런데 이 모든 어머니들의 기도는 내 자식만을 위한 기도이지 남의 자식을 위한 기도는 아닐 것이다. 좀 역설적이지만 내 자식만 좋은 성적을 받아 대학에 합격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남의 집 자식은 떨어져야 할 텐데 그렇다면 이 어머니들의 기도는 남을 떨어지게 하기 위한 기도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럴 때 부처님과 예수님은 이 많은 어머니 개개인의 기도를 어떻게 다 들어 주실 것인가? 그러나 결과는 정해진 숫자대로 합격, 불합격이 결정된다. 불합격된 어머니의 그 간절했던 기도도 지나고 보면 다 허사였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모든 어머니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임을 진실로 깨닫기를 바란다.

   지금도 학교 성적, 수능 성적이 부진함을 비관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젊은이들이 생겨난다. “부모님 죄송해요, 사랑해요라고 유서도 남긴다. 그렇게도 간절했던 어머니들의 기도가 죄송해요, 사랑해요라고 메아리 되어 오지 않는 세상이 언제나 오게 될는지……

   반드시 대학을, 그리고 일류 대학만을 바라는 어머니들의 기도, 이제는 그만 멈추고 이렇게 다정스런 말로 격려를 해주면 어떨까?

아들아, 딸아, 너의 능력에 맞는 학교에 가서 네가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하고 네가 갈 길을 너 스스로가 개척해 나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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