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乙未)년 새해를 맞으며
2014년 갑오년을 보내며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는다. 언제나 보면 가는 해는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하고 새로 맞는 해는 희망 찬 새해라고 한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 아닌 소사소난(小事小難) 아니면 다사무난(多事無難)이었다던 해는 지금껏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아 순탄치 못했다는 뜻이다.
날이 가고 해가 감으로써 주기적으로 새날과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우주의 원리이다.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씩 회전하는 자전의 결과 밤과 낮이 생기며 따라서 하루가 되고 동시에 태양을 중심으로 한 바퀴 회전하는 공전을 통해서 4계절이 생기며 1년이 된다는, 이 자전 공전의 원리를 우리는 이미 초등학교 때 배웠다.
중세 이전까지는 사람들은 태양과 모든 행성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천동설을 믿어왔다. 그러나 16세기말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는 다른 행성들처럼 우주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발견하게 된다. 그 후 갈리레이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하여 지동설이 사실임을 믿고 주장하게 되자 당시 로마 교황청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천동설을 반대하는 갈릴레이를 이단 심문과 재판을 받게 했다. 갈리레이는 재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지동설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재판정에서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한다.
어쨌든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 가는 것을 우리는 보통 세월이라 한다. 세월은 국어사전에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세월이 가는 것은 흔히 흘러가는 물에(유수), 또는 쏜 화살(쏜살)에 비유한다. 흐르는 물이나 쏜 화살은 되돌아오는 법이 없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한 해 단위로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다. 즉 나이는 그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 온 햇수다. 나이 또한 한 번 먹은 나이는 되돌아 갈 수 없다. 또한 세월은 흘러가는 속도가 언제나 변함없이 일정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월의 속도를 느리다고도 하고 빠르다고도 한다.
법정 스님은 말씀하기를,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했고 또 ‘해가 바뀌면 어린 사람들은 한 살 더 해지지만 나이든 사람은 한 살 줄어든다.’라고 했다. 이는 젊은이들은 앞으로 살날이 많고 또 희망도 있고 할 일도 많으니 세월 가는 줄 별로 느끼질 못 하는 것이고 늙은이 들은 살아 갈 날이 점 점 줄어들어 더 산다는 희망도, 해야 할 일 도 없다 보니 세월 가는 것이 빠르게 느낄 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우리의 나이 계산법은 세월빠름을 더 느끼게 하는 요인도 있다. 즉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무조건 한 살을 먹는다. 그리고 한 해가 가고 새해 1월 1일이 되면 또 한 살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새해 1월 1일은 전 국민이 동시에 나이를 한 살씩 먹는 것이다. 더 억울한 나이는 전 해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하룻밤 지나 새해가 되자마자 두 살이 되는 것이다. 이런 나이 계산법은 어디에 근거 한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나이 계산법이 아닌가 한다. 서양 사람들은 태어 난 날로부터 따져 나이를 정확히 몇 년 몇월 까지를 따진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의 정확한 나이는 그 사람이 환갑잔치를 하는 것을 보아야 가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환갑은 60갑자이기에 정확할 수밖에 없다.
냇물이 흘러 가다가 서로 만나 강이 되고 마지막에는 바다로 합류하듯, 올 한 해도 여와 야, 노와 사, 사회 각 처의 대립 상황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서로 합류하여 연말에 가서는 다사무난했던 한 해였다며 기쁨 넘치는 송년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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