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자리 앉기의 심리

문석흥 2015. 2. 3. 07:30

자리 앉기의 심리

 

 

   지하철을 타다 보면 자리가 많이 남아 있을 때도 있고, 승객이 많이 타서 군데군데 한 두 자리 겨우 비어 있을 때도 있고, 아주 만원이라서 전혀 자리가 없을 때도 있다. 승객이 적게 타서 자리가 많을 때에는 대부분 사람들은 갓자리를 골라 앉는다. 특히 경로석은 3인석으로 고정 되어 있어서 처음 승객이 한 쪽 갓자리에 앉으면 다음 타는 승객은 영락없이 남은 갓자리에 앉고 가운데 자리는 비어 있게 된다. 그러다가 승객이 많아지다 보면 가운데 남은 자리도 누가 앉을 세라 잽싸게 다가와 끼어 앉는다. 그러다가 어느 역에선가 가쪽에 승객이 한사람 내리면 그 빈자리에는 가운데 앉았던 사람이 어느 틈엔가 옮겨 앉는다.

   이런 모습은 버스의 경우도 만찬가지다. 버스는 대개 2인 좌석이다. 먼저 타는 사람이 자기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다 보면 뒤에 타는 사람도 어김없이 둘이 앉아도 될 좋은 위치의 자리를 두고도 혼자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찾아 앉는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타는 사람은 먼저 탄 사람의 옆자리에 좋든 나쁘든 같이 앉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도 도중에 승객이 내려 두 자리가 다 비우게 되면 동작 빠른 사람이 얼른 그 빈자리로 가서 혼자 앉는다. 그런가 하면 먼저 앉은 사람이 옆에 빈자리에 가방이나 소지품을 놓고 다른 자리 임자가 있는 것처럼 시침을 떼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더 심한 경우는 자리가 비었냐고 물어 보면 자리 주인이 있다고 한다. 대중식당이나 결혼예식장 식당에서도 같은 상황이다. 대개 모르는 사람과 같은 식탁에서 마주 앉거나 나란히 앉아 식사하기를 꺼린다. 반면 가족이나 친구, 친목회, 같은 직장 동료 사이는 한 곳에 몰려 가 같이 앉으려 한다. 이런 심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자기 목적지까지만 가서 내리면 그만이고 식사나 하고 나가면 그만이거늘 왜 이러는 것일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나와 무관한 사람, 낯모를 사람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동안이라도 모르는 사람과는 내 곁에 같이 있다는 게 싫은 것이다. 또한 낯선 사람과는 인사도 없다. 운동 길이나 출근길에서 자주 만나면서 얼굴은 익어도 좀처럼 아는 체를 안 한다. 상대편에 대해 잘 모르기에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집과 집 사이도 담을 치고 대문을 잠그고 산다. 이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기방어를 위한 적에 대한 경계심의 발동에서 오는 현상이라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친숙하게 익힌 가족이나 생활과정에서 익힌 친구나 동료, 지인 사이에는 믿음이 형성되고 그 믿음은 닫힌 마음 문을 여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만남이라고도 한다. 만남을 통해서 개인 간의 인간관계가 형성 되고 그 인간관계가 어떻게 형성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인간관계가 원만한 관계가 될 수록 매사가 순조롭고 원만치 못한 관계가 되면 대립되어 적대 적의 관계가 된다. 우리의 역사를 보아도 조선왕조 내내 당파 싸움으로 이어져 국력이 쇠퇴하고 급기야는 국권을 일본에게 빼앗기지 않았는가. 요즘 우리의 정치권도 보면 여나 야나 친, 파요 해서 한쪽이 동으로 간다면 한쪽은 서로 가고, 어쩌다 가는 방향이 같다 보면 서로 충돌하여 적대 적이 되어 버리지 않는가.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심리는 상대를 못 믿는 데서 일어나며 이것이 지나치다 보면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욕심으로 발전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식당에서부터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옆자리에 같이 앉기를 권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열린 마음이 일상생활에서부터 울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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