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 바란다
국민들로부터 많은 실망과 불신을 안겨다 주었던 19대 국회도 이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막말과 극심한 당내 계파 갈등과 사사건건 여야 간의 대립과 불협화로 시급한 정책안들이 제때 통과 된 것이 거의 없었다. 더구나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다수결의 의한 처리는 처음부터 불가능 했다. 때로는 피켓 들고 장외 시위도 일삼았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짜증스러웠고 과연 이런 국회가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무용론이 나올 정도였다.
요즈막에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보아도 공천과정에서부터 여당이건 야당이건 노골적인 계파 싸움으로 치졸한 속내를 보여 주었다. 여당에서는 살생부가 나돌고 막바지에 가서는 소위 ‘옥새’파동까지 일으키는 코미디 아닌 코미디를 연출하기까지 하였다. 또 야당에서는 계파 패권 다툼으로 끝내는 탈당으로 이어져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모습으로 이 번 선거는 일여 다야 체제로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탈당과정에서는 막상 선거전이 본격화 될 때는 다시 통합이요, 연합이요 소리 높이며 여당에 대해 전세의 불리함을 스스로 자인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기세당당하게 나와 신당을 꾸리고 맞섰던 의원 중에는 다시합당을 주장하다가 스스로 오도 가도 못하고 물러난 의원도 있었다.
선거유세의 모습은 또 어땠는가. 국민들의 귀를 번쩍 띄게 할 만한 이렇다 할 정책도 별로 없었고 다만 상대편 당을 심판하겠다는 외침만 있었다. 거기다 가는 데마다 길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고 사과와 용서를 빌며 표를 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또 복잡한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손을 잡고 흔들며 한껏 친절과 자상함을 보이고 즉석 음식도 받아먹으며 소탈한 서민의 모습을 보였다. 또 왜 어린 아기들은 받아 안고 입맞춤을 하며 난데없는 어린이 사랑의 표시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각 당을 상징하는 색상에다 후보자의 이름과 당의 기호가 찍혀진 아웃도어를 입고 후보자와 당 대표와 선거원들이 한데 어울려 율동과 춤도 추며 선거로고송도 불렀다. 또 당 대표가 후보자를 어부바를 하거나 후보자 인형을 만들어 무등을 태우고 같은 당원들끼리 달리기를 하는 장면도 보였다. 이런 기발한 선거유세의 모습을 보는 어느 외국인이 한국의 선거 유세가 재미있다고 신문에 기고까지 한 것을 보았다.
시선을 끌기 위한, 표를 얻기 위한, 갖가지 기발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선거법에 위배되지는 안겠지만, 품위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유세 기간 동안에 보여 주었던 시장이나 거리에서 허리 깊숙이 굽혀 인사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히 손을 내밀어 악수하던 그런 태도가 일회성이 아니라 평소에도 틈나는 대로 했으면 아마도 주민들과의 친근감과 신뢰가 쌓였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이런 국민을 외면한 당리와 계파간의 싸움으로 일관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냉혹하게 심판한 것으로 본다. 20대 국회는 3당 체제와 여소 야대의 국회가 되었다. 지난 국회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 계파간의 권력 다툼, 장외 시위, 막말, 욕설 따위의 저질 국회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시급한 의안은 신속히 통과 시킬 것이며 무조건 대결과 발목을 잡는 국회가 되지 않는 품위 있고 신사다운 국회가 되기를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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