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거유세
한국에 와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영국인이 ‘한국 선거는 재미있다’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을 읽었다.
그는 가장 큰 이유에서 먼저 선거일이 공휴일이라는 점을 들었다. 영국에서는 이제껏 선거일이 공휴일이 된 적이 없었다 한다. 그래서 그는 선거일에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무척 사랑한다고 했다. 만약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니었다면 한국 사장님들은 직원들에게 “선거 따위는 신경 쓰지 마라. 민주주의도 좋지만, 지금 우리는 할 일이 태산이야!”라고 했을 것이라 했다.
그는 또 즐겁게 느껴지는 다른 이유가 한국의 선거 유세를 지켜보는 재미 또한 무척 쏠쏠하다고 했다. 유럽의 선거 유세는 나이 지긋한 후보자가 비몽사몽 상태인 기자들로 꽉 찬 홀에서 연설 하는 게 대부분이라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반면, 한국의 선거 유세는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또한 선거철이 되자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는 50대로 보이는 여성 후보자가 퇴근 시간에 맞춰 지하철 역 앞에 서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90도로 허리 숙이고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데 사람들은 그녀를 외면한 채 자신의 갈 길을 바삐 걸어간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는 그녀를 볼 때마다 “아닙니다, 선생님이 저희보다 훨씬 수고가 많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보아 왔던 유세의 모습이었기에 익숙해 져서 그렇거니 하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선거유세에 모습이 퍽 이채롭고 흥미 있는 모양이다. 선거는 후보자 간에 경쟁을 통해 당선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유권자들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알리고 신뢰를 받아야 함으로 유세는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 유세의 방법도 다른 후보들 보다 특색이 있어야 관심을 더 끌게 됨으로 다양한 연출을 하게 된다. 그럼으로 스튜디오처럼 개조한 트럭을 타고 다니며 확성기를 통해 가두연설도 하고 무용단까지 동원되어 율동과 춤도 추고 특별히 선거송도 제작하여 부르며 행인들의 시선을 끌게 한다. 그런데 유권자들 앞에 사죄하며 용서를 비는 길바닥에서의 큰절을 하는 모습은 모양도 좋지 않을 뿐더러 감동도 줄 수 없는 것 같다. 진정으로 사죄할 마음이라면 후보 사퇴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주민들의 대표로 뽑혀 나라의 입법 기관을 구성한다는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유권자라면 누구나 빠짐없이 투표의 권리를 행사 하라고 이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사전 투표일까지 정해서 실시한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런 모든 유세의 모습이 외국인이 볼 때 재미가 있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사랑한다고 까지 했으니 우리만의 특색 있는 선거유세의 방법이 한류의 물결을 타고 외국으로 퍼져 나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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