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석흥 |
2008-08-18 20:53:12, 조회 : 118, 추천 : 0 |
‘교장공모제’의 허실
평안신문 사설 원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장이 탄생될 전망이다.
이는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산하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교장공모제’로, 곧 대통령에게 보고 되고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한다. 교육부도 오는 9월부터 이와 유사한 ‘초빙교장공모제’를 시범학교를 통해 운영키로 한다는 것이다. 초빙교장 중에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일반 경영인이나 대학 교수, 일선학교 교사 중에서도 초빙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행해 오던 연공서열과 근무평정점수에 의한 순위에 따라 교장 자격 연수과정을 거쳐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여 교장이 되는 제도를 폐기하는 전초가 아닌가?
공모제 교장은 자격증이 없이도 평교사로서 교직경력 5~10 년이면 30~40대의 젊은 나이로 교장이 쉽게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자격증 교장은 25 년 이상의 교직 경력을 쌓아 비로소 자격증을 취득하여 50대가 넘어서야 교장이 되는 것이다.
또 공모제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고 학부모총회에서 동의를 얻어 교육감에게 신청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자격증 교장은 공립의 경우는 대통령 발령이고 사립의 경우는 이사장 발령이다.
양 제도의 다 허(虛)와 실(實)은 있다. 그러나 교장공모제는 교육의 전문성 빈약에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희망이나 추천에 의해 심사만으로 교장이 된다는 것은 자칫 교장의 품위를 격하시킬 우려도 있다. 또 이를 심사하는 기관인 학교운영위원회가 과연 교장을 심사할만한 권위와 여건을 갖추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이로 인해 평온했던 교직 사회에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교장이 젊다는 것 하나로 새바람을 일으켜 기존의 교육의 틀을 마구 헐어 내고 새것을 만들어 낸다고 해서 당장 교육의 발전을 가져올 수는 없다. 과거의 수많은 교육학자들의 선진 교육이론을 우리 교육 현장에 도입했으나 오늘의 우리 교육의 위치는 어디쯤에 와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다 알고 있지 않는가.
교육의 발전은 교장이 젊고 늙음이나 교장을 어떤 방법으로 뽑느냐의 문제보다는 장기 안목을 내다보는 국가의 교육 정책에 달려있는 것이다.
교사는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교장은 교장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기보다는 교장 승진에 더 마음을 둘 소지를, 일찌감치 줄 수 있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같은 제도는 좀 더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