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석흥 |
2008-08-18 21:12:05, 조회 : 99, 추천 : 0 |

퇴색해 가는 중학교 무시험추첨배정제 <평안신문 사설 원고> 지금은 아득히 먼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한 때 중학교에도 일류학교가 있었다. 서울에 경기. 이화 하면 전국 어디서나 다 알아주는 일류요 선망의 학교였다. 지금처럼 학군이나 학구가 있었던 시절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나노라 하는 수재들이 다 모여들어 치열한 경쟁 속에 입학시험을 치렀으며 1점차로 떨어진 낙방생들이 수두룩했다.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일류학교를 들어가려면 우선 전교 1.2등의 수재이기도 해야겠지만 가정교사다 과외다 해서 투자도 많이 해야 했다. 또 이에 편승해서 초등학교 6학년 담임들의 안방 그룹과외도 성행해서 6학년 담임을 맡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비리도 많았다. 이런 비정상적인 초등학교 교육을 정상화 하고 극단적인 학교차 해소와 가정 교육비 감소, 일류중학교 불식을 위해 중학교 무시험추첨제가 우여곡절 끝에 법으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 제도는 1969년부터 서울에서 먼저 실시되었고 이어 1970년에 대도시, 1971년에는 전국적으로 일제히 실시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로 인해서 경기. 이화 등 그 당시 이름을 날리던 일류 중학교들이 즉시 폐쇄되거나 고등학교로 흡수되기도 하고 교명이 바뀌기도 했다. 또 학교별 차등을 없애기 위해 시설의 평준화와 교사들의 평준화 작업이 이루어져 낙후된 학교 시설의 확충, 도농 간의 교사 교류를 통해 모든 중학교가 서로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학생들도 학군(구) 내에 있는 학교에 시험 없이 무작위로 은행 알을 돌려, 뽑히는 대로 입학을 하다 보니 그야말로 인위적 평준화가 된 것이다. 무슨 제도든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이 제도에서는 학생들의 학력 개인차가 극심해서 학습지도에 문제점이 나타나고 급기야는 성적의 하향평준화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런 반면 학교 간에 서로 평등한 입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많은 교육 발전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이 제도가 30년 넘어 실시해 오면서 그런대로 정착되어 가는데 근래에 와서 선지원 후 추첨배정으로 바뀌어 또다시 학교 간에 차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험은 없지만 선지원의 기회를 주다보니 특정 학교로 지원자가 몰려와서 자연적으로 학교 서열이 들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초의 평준화 시책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무시험추첨배정제도 자체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옛날처럼 시험입학제를 부활하는 편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다. 교육당국에서는 제도 하나를 새로 만들거나 고치거나 없애거나 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만들어진 제도를 잘 다듬어 오래 지속해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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