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뭐 길래 -發
법원에서 민사 가사사건의 조정 업무를 여러 해 해 오면서 요즘에 와서는 전에 없이 친 형제 간에, 부모 자식 간에 재산 분할 소송 사건을 꽤 많이 접하게 된다.
전에는 부모의 재산이 모두 장자 한 사람에게 상속이 되었지만 1961년 이후 상속법이 몇 차례 바뀌면서 지금은 동일 부모 자녀들에게는 다 같은 비율로 상속이 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대개 어느 집안이고 장자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야 했으며 더욱이 종손은 웃 대조 묘소 관리는 물론 연시제까지 받들어야 했다. 그랬기에 장자에게 모든 재산이 상속 되었고 그에 대해서는 당연지사로 여기고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이런 고정 관렴과 관습을 깨게 하였고 따라서 상속법도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도 옛 관습은 남아 새 제도와 충돌하며 급기야는 피를 나눈 형제간에, 부모 자식 간에 감히 있어서는 안 될 재판까지 벌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근래에 와서 개발 붐을 타고 도․ 농 할 것 없이 땅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옛날, 농촌 지역에 땅값이란 별 게 아니었다. 지금부터 4~50년 전만 해도 임야는 평당 2~30원, 농지는 평당 5~600원 정도였고 투기성 매매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임야고 농지고 가릴 것 없이 몇 십 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 만원에 거래가 되고 개발지역에 수용되어 보상을 받게 되어도 실 시세에 접근하는 거액을 받게 되니 어찌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욕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옛날처럼 투기나 개발붐도 없던 시절, 땅값도 싸고 농사 소득도 미미할 때에 형제들 중에도 출중한 형제가 있어서 서울에 대학이라도 다닌 다면 그 학비가 당시로선 엄청난 돈이 들었다. 때로는 땅도 팔아야 했다. 그 시절에는 대학을 간 자녀나 출가한 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모의 재산 상속을 받아간 것으로 간주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집에서 부모님을 도와 힘든 농사를 짓고 부모님 모시며 농토를 지켜온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부모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므로 남은 재산을 증여나 상속을 통해 등기 이전을 다 해 주었어도 현 상속법에 의해 나머지 자손들이 유류 지분 청구를 할 때 이것이 원만히 가족 간에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결국 재판이라는 극한상황까지 가고 만다. 이쯤 되면 이들 형제, 부모 자식은 이미 그 혈연을 벗어나 원고 피고가 되어 법원까지 와서 법의 판결이나 조정으로 합의 결정을 하고 끝을 낸다.
피를 함께 나눈 친 형제자매간에, 부모자식 간에 그 불가분의 혈연의 정으로서 해결이 안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돈 앞에는 다 무력한 것, 결국 돈 갈라 갖고 원수나 다름없는 남이 되고 만다. 돈이 뭐 길래, 꼭 그래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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